[신문과 놀자!/별별과학백과]공기방울-분뇨로도 전기 만들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발전소들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발전기’를 발명해 ‘전기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살던 19세기 말에는 전기 그 자체가 신기한 존재였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발전’, 즉 전기를 만드는 방법이 아주 많다. 그중에 정말 놀라운 방법들을 지금 만나 보자.

○ 공기방울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


컵에 물을 세차게 부으면 보글보글 공기방울이 솟아오른다. 바로 이 공기방울로 전기를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술이 등장했다. 올 1월 단국대 송영석 교수와 서울대 윤재륜 교수의 연구팀은 ‘자기유체’에 공기방울을 흘려 보내 전기를 얻는 데 성공했다. 자기유체는 자석의 힘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인 ‘자기장’ 안에 놓으면 자성을 띠고 끈적끈적해지는 액체를 말한다. 충격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자동차 바퀴의 충격을 막아주는 장치에 많이 쓰인다.

연구팀은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했다. 전자기 유도는 전기가 흐르는 곳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자기장의 방향이나 크기가 변하면 주변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기선을 돌돌 감은 ‘코일’에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면 자기장이 변하며 코일에 전류가 흐른다. 이번 연구에서는 철가루가 담긴 자기유체가 자석인 셈이다. 여기에 흘려 보낸 공기방울이 자기장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이 공기방울을 쓴 이유는 볼펜심 하나 정도의 작은 용기에 담긴 끈적끈적한 자기유체를 가장 효과적으로 ‘흔들’ 방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L 이상의 큰 용기에 자기유체를 가득 담는다면, 직접 흔들거나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전류를 만들 수 있다. 송영석 교수는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부표에 자기유체를 담으면 파도의 힘으로 뒤흔들어 배터리로 쓸 수 있을 것”이라며 “균형을 잡기 위해 배 밑바닥에 싣는 물을 자기유체로 바꿔서 배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줌 연료전지가 설치되어 있는 웨스트잉글랜드대 화장실. UWE Bristol 제공
실제 오줌 연료전지가 설치되어 있는 웨스트잉글랜드대 화장실. UWE Bristol 제공
○ 똥에서 모은 가스로 모터를 돌려 돌려∼

소나 돼지가 배설한 똥을 발효시키면 소중한 전기 연료이자 ‘바이오가스’인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다. 메탄가스는 석유나 암석 틈에서도 나오는 가스로, 이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지구를 덮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다. 하지만 모아서 태우면 전기 발전이나 난방용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야말로 ‘두 얼굴의 가스’인 셈이다.

가축 똥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발전은 세계 곳곳에서 실제로 쓰이고 있다. 덴마크의 티스테드 발전소는 이런 식으로 가축 똥을 모아 여러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또 독일의 뮌헨 동물원에서도 양이 너무 많아서 처리하기 힘들었던 코끼리 똥을 모아 동물원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고 있다. 이 동물원에서는 재미있게도 가스를 커다란 풍선에 모은다. 미국 뉴욕시도 공원 여기저기에 있는 개똥을 모아 전기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람의 배설물도 전기 발전의 원료가 된다. 올해 초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연구팀은 사람의 오줌으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이 전지는 오줌 안에 있는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할 때 나오는 전자를 모아 전기에너지로 사용한다.

장석태 교수팀이 개발한 엽록소 젤 태양전지. 중앙대제공
장석태 교수팀이 개발한 엽록소 젤 태양전지. 중앙대제공
○ 나뭇잎의 광합성 비결을 배워라!

생물을 직접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연구도 있다. 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산소와 영양분을 만든다. 이 과정이 바로 ‘광합성’이다. 그런데 광합성 과정에서 물이 산소, 수소이온, 전자로 먼저 분해된다. 나뭇잎은 태양빛을 받고 전자를 만드는 생물 발전소인 셈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광합성 전기 수확 기술’은 이렇게 분해된 전자를 빼내서 전기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단국대 배성재 교수팀은 식물의 잎에서 직접 전자를 빼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두께의 아주 얇은 막에 광합성을 하는 식물 엽록소 세포를 직접 넣어서 햇빛에 쪼인 뒤, 세포에서 나온 전자를 얻는 것이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라면 커다란 나무부터 물속에 사는 미생물인 ‘조류’까지, 뭐든지 전기를 공급하는 대상이 된다.

태양전지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태양전지 기판 재료로 보통 ‘실리콘’을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식물의 엽록소를 이 기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중앙대 장석태 교수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올린 벨레프 교수팀과 공동으로 엽록소를 섞은 물컹물컹한 젤로 태양전지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젤을 얇고 투명한 막에 발라 빛을 쪼인 뒤 엽록소에서 생겨난 전자를 모아 전기를 만들어냈다.

김은영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gomu51@donga.com
#공기방울#분뇨#전기#발전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