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금 전쟁·세대 격돌 속에 맞는 어버이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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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희생이 후손들과 대한민국의 기반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시고 조금씩 희생과 양보를 부탁드립니다.” 작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선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후손’이었다.

1960년만 해도 현직 공무원 30명이 공무원연금을 통해 퇴직 공무원 1명을 부양했지만 출산율의 변화 등에 따라 2013년에는 공무원 3명이 퇴직 공무원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현재의 20, 30대 공무원은 2040년쯤 되면 1명이 퇴직 공무원 0.7명을 책임져야 한다. 은퇴세대 스스로 져야 할 몫을 미래세대에 떠넘기지 않으려면 공무원연금은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개혁이 불가피하다. 여야가 합의했던 개혁안 역시 현재의 연금 수령자나 50대 이상은 별 손해 없이 자신의 납부액보다 거의 3배나 많은 연금을 받도록 돼 있다.

그래도 공무원 출신을 부모로 둔 사람들은 그나마 어버이날을 편하게 맞을지 모른다.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처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중장년층은 노후 대비가 안 되어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4%보다 4배가량으로 높다. 18세 이상 60세 미만 인구 가운데도 공적연금의 적용 인구는 66.8%로 나머지 33.2%(1092만 명)는 노인이 돼도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젊은 세대엔 현재의 적립액이 고갈되면 결국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내년에 시행되는 정년연장법은 세대 갈등의 또 다른 복병이다. 정년은 60세로 연장되는데 부모세대가 임금피크제와 노동유연성 등 노동시장 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식세대가 피해를 받을 우려가 크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탓에 젊은 신입사원을 안 뽑거나 덜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2월 “젊은 세대를 위한 나라는 없다”며 “정부가 전 세대에 공정하게 혜택을 부여하지 않으면 젊은층은 세대 간 사회계약의 파기를 원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은 충분하지 않은데 일자리를 놓고 부모와 자식세대가 격돌하는 우울한 현실 속에 어버이날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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