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 특별 기고]<上>안전이 곧 복지라는 점 깨달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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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 전 연세대 총장
송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 전 연세대 총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한 해가 되어 간다. 295명의 희생자를 냈고 아직도 9명은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한 해 동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우리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각종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끊이지 않는 대형 人災

지난해 5월에는 경기 고양시 종합터미널 지하 1층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전동차 추돌 사고도 일어났다. 10월에는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환풍구 덮개가 내려앉았고 올해 벽두에는 경기 의정부 아파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2월 영종대교에서는 짙은 안개 속에서 105중 추돌사고까지 일어났다. 얼마 전에는 즐거워야 할 캠핑장에서까지 어린이를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정말이지 사고의 종합백화점을 보는 듯하고 우리 사회 전반이 아직도 후진국인 것처럼 느껴진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뒤 정부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정부조직법을 고치고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소방과 해경까지 포함함으로써 예방부터 신속한 대응 그리고 복구까지 일원화된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관련 중앙부처가 수행하는 재난 및 안전 관련 사업 예산에 대해 사전협의권을 갖게 된 것과 소방서장 등의 현장 지휘권을 명확하게 한 것, 재난 및 안전 관리 사업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게 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국민안전처가 자연재해, 해상 사고, 화재 등을 제외하고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교통사고나 산업 재해의 예방, 전기·가스 등의 에너지 안전, 각종 생활 안전 분야에 있어서는 총괄 조정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데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의 대형 재해 또는 사고는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면 국민안전처가 사실상의 통제를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국민 안전의식 수준 낙제점


우리 스스로도 바뀌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여객터미널과 선사에서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했다. 선박의 안전 점검 강화와 규정의 준수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적용했다. 탑승객 신원도 정확히 점검했다. 그런데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탑승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불만의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탑승 절차도 세월호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하다. 최근 대형 선박에 탑승한 지인의 얘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의 승객은 객실에서조차 TV에서 나오는 안전 교육 영상을 전혀 주의 깊게 보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고가 났을 때 필요한 구명조끼와 비상구 위치도 모르는 승객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우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 6개월을 맞아 동아일보와 함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이런 점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답변해 달라고 하자 응답자 1000여 명의 평균점수는 52점 수준이었다. 여전히 낙제점 이하인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저변에 책임지는 문화가 필요하다. 20년 전 우리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삼풍백화점 사고. 무려 502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했던 이 사고의 피의자인 삼풍백화점 회장은 법원의 판결에서 단 7년 6개월의 징역형만 선고받았다.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3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혀도 과실범으로 치부되어 2년 6개월의 판결만 받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법 체계다. 사고가 일어나면 늘 우리 국민의 빨리빨리 문화와 습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결코 우리 국민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런 행동을 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지적하지 않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투자 늘리고 처벌 강화해야

안전이 낭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도 긴요하다. 안전은 늘 경제에 밀려 뒷전이다.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산업안전보건법’은 기업의 생산성만을 위한 ‘기업 활동 규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무력화된다. 도로에서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도로교통법’은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의해 존재 가치조차 위협받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파생되는 산업재해의 연간 사회적 비용은 20조 원에 육박하고 교통사고의 연간 사회적 비용도 24조 원이 넘는다. 이것을 보며 안전을 지키는 것이 과연 낭비인지, 투자인지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거론한 대로 우리 사회는 너무 급격한 발전과 변화를 겪어 왔다. 과거가 경제를 위한 속도전이었다면 앞으로는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안전을 지키며 가는 복지적 안전문화가 필요하다. 안전이 바로 복지이기 때문이다.

송자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 전 연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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