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세월호 1주년’ 앞두고 시행령 갈등 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만우절에 가장 큰 거짓말 같은 사실. 세월호 진상조사 시작도 못했고 그 가족들은 비 맞으며 노숙했다. 보름 후 1년.”

@copp*****이 4월 1일에 올린 이 트윗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둔 지금의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해 널리 퍼졌다.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에 따르면 파견 공무원인 기획조정실 기획총괄담당관이 위원회 및 소위원회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진상규명 업무의 범위를 정부에 대한 성역 없는 조사에서 기존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과 조사로 한정했다. 세월호 특위의 사무처 조직을 축소하고 정원도 120명에서 85명(상임위원 5명 제외)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석태 세월호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기능과 권한에 대한 무력화 시도”라면서 “시행령안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이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실현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세월호 가족협의회의 반발도 거세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대표는 “현 시행령안은 정부가 조사한 내용만 검토, 보고하라는 것”이라며 “시행령 철회와 선체 인양을 통한 실종자 완전 수습이 될 때까지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416시간 농성에 돌입했다.

3월 25일부터 4월 1일까지 1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뉴스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문서는 모두 11만4559건이 검색됐다. 이 같은 언급량은 같은 기간 5주년을 맞아 6만5262건을 기록한 천안함의 두 배, 3만8777건을 기록한 무상급식의 세 배, 1만5680건에 그친 사드의 일곱 배에 이르는 수치로 세월호의 잠재적 폭발력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3월 26일 천안함 5주년을 맞아 세월호와 천안함을 비교하는 트윗글이 많았다. 세월호 인양을 요구하며 천안함 인양과 비교하는 글이 많았고 @athm***의 “천안함은 5주기라고 잊지 말자고 아우성인데, 세월호는 ‘왜 아직도 세월호 타령하냐’고 떠드는 불편한 진실” 같은 트윗도 많이 퍼져 나갔다. 천안함은 세월호 전체 연관어에서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세월호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3만79건의 유가족이 차지했다. 정부 시행령에 반발해 성명을 내고 농성을 벌이는 등 행동에 들어간 사실이 많이 반영됐다. 또 최근 정부가 내놓은 세월호 희생자 배상·보상 기준도 유가족 언급량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천안함 때와 달리 교통사고 기준으로 국가보상금이 결정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이 전파됐다. @yoji****은 “천안함 보상금은 8억이었다. 국민성금 5억씩, 국가보상금 2억, 보험 1억. 가족들 연금도 받는다. 세월호는 단순 교통사고라며 국가보상금 8000만 원 책정했단다(하략)”라는 트윗을 올려 정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배상·보상 기준에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전체 연관어 2위는 2만1322건의 정부가, 3위는 1만7488건의 시행령이 차지해 세월호 이야기가 정부 시행령 논란으로 뜨거웠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만큼 이번 시행령이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 의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도 가족협의회 대표를 만난 뒤 정부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지난달 31일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시행령은 정부 결정 영역이지만 정부에 건의해 보겠다”고 대답했고 1일엔 기자들과 만나 “가족들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고, 기다려 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체 연관어 4위는 1만6695건의 참사가 차지했다. 사고는 4514건으로 집계됐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세월호를 사고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참사로 인식하는 사람이 세 배 이상으로 많았다. 1만5354건의 특(조)위가 5위, 1만1208건의 특별법이 6위에 올랐다. 이어 9971건의 경찰이 7위, 8281건의 광화문이 9위에 올라 시행령을 둘러싼 정부와 유가족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8위는 9030건의 박근혜 대통령, 10위는 6677건의 학생이 차지했다.

세월호 1주년을 2주일가량 앞둔 지금 대한민국의 풍경은 스산하고 어지럽다. 세월호 특별법 정부 시행령안은 미흡하다. 초대형 참사의 진상규명과 이를 통해 안전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처음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양상이다. 나아가 시행령이 문제되자 서둘러 희생자 배상·보상안을 내놓은 것도 석연치 않다. “진상규명은 방해하고 돈으로 물타기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대미문의 초대형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하기에 따라서 정부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형 참사 수습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폭넓게 획득한 외국의 사례는 많다. 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희생자 가족이 삭발투쟁을 해야 하는 이 기이한 풍경 앞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계속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사회적 갈등 격화에 따른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세월호#1주년#진상조사#시행령#만우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