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大보다 알찬 명품전문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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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준전문대’가 떠오른다

지난해 11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자동차경주대회에서 아주자동차대 학생들이 제작한 수제 스포츠카가 양산형 자동차들과 승부를 벌였다. 아주자동차대 제공
지난해 11월 전남 영암에서 열린 자동차경주대회에서 아주자동차대 학생들이 제작한 수제 스포츠카가 양산형 자동차들과 승부를 벌였다. 아주자동차대 제공
《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설계사무실에 다니던 직장인 김웅 씨(32)는 자동차 디자인에 매료됐다.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진 그는 2010년 사직을 하고 국내 유일의 자동차 특성화 대학인 아주자동차대에 입학했다. 이 대학은 오직 자동차와 관련된 7개 전공만 운영한다. 》

김 씨는 2011년부터 ‘수퍼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자동차 디자인부터 자동차 제어기술, 디지털 튜닝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협업해 수제 스포츠카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김 씨는 자동차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앞부분 디자인을 맡았다. 몇 달간 학생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새운 지 다섯 달 만에 최대 출력 500마력, 최대 속도 260km/h의 초기 모델이 완성됐다. 학생들은 계속 스포츠카를 개선해나가면서 2012년 말에 최종 모델을 완성했다. 이 차는 2013년 서울국제모터쇼에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 2014년에는 전남 영암에서 열린 자동차경주대회에도 출전했다.

기업들은 자동차 제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해본 학생들을 먼저 알아보고 채용했다. 김 씨도 4년제 명문대 출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에 취업했다. 그는 “수퍼카 프로젝트로 실력을 키운 덕에 현대차에 입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WCC 21개 대학, 취업 명문으로 자리매김

아주자동차대는 교육부가 2011년부터 선정하고 있는 ‘세계수준전문대(WCC·World Class College)’ 중 하나. 취업역량과 글로벌역량 등을 평가해 우수한 곳을 ‘명문 전문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WCC는 현재 137개 전문대 중 21곳이 지정돼 있다. 이들 WCC 대학은 4년제 대학보다도 내실 있는 교육으로 국내 주요 기업 취업은 물론이고 해외 취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울산과학대가 캠퍼스 내에 설립한 ‘반도체, 신재생에너지공정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반도체 제작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울산과학대 제공
울산과학대가 캠퍼스 내에 설립한 ‘반도체, 신재생에너지공정교육센터’에서 학생들이 반도체 제작 실습교육을 받고 있다. 울산과학대 제공
울산과학대는 캠퍼스 안에 공장을 갖고 있다. 물건을 만드는 공장이 아니라 실제 공장의 생산 공정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선진직업교육센터’다. 이 대학 학생들은 학교에서 산업체 현장을 미리 경험하는 셈이다. 현재 △용접기술교육센터 △기계가공·금형기술교육센터 △자동화·로봇기술교육센터 등 7개 센터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울산지역의 3대 주력 산업인 조선해양 자동차 석유화학 직종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기업의 명장, 기능장들을 교수로 초빙했다.

울산과학대 인근에는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SK에너지 KCC 등의 대기업과 다양한 중소기업이 있다. 이 대학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인근 기업 900여 곳과 ‘가족회사’ 협약을 맺고 현장 실습을 하며 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대학의 취업률은 지난해 70.1%로 4년제 대학 평균 취업률(54.8%)보다 훨씬 높고 전문대 평균 취업률(61.4%)보다도 크게 높았다.

영진전문대가 일본 취업을 위해 개설한 ‘일본IT기업 주문반’ 학생들이 일본어 수업을 받고 있다. 이 반 학생들은 1학년부터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기업이 요구한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받는다. 영진전문대 제공
영진전문대가 일본 취업을 위해 개설한 ‘일본IT기업 주문반’ 학생들이 일본어 수업을 받고 있다. 이 반 학생들은 1학년부터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 기업이 요구한 커리큘럼대로 교육을 받는다. 영진전문대 제공
○ 맞춤형 교육, 해외 기업도 ‘웰컴’

지난달 영진전문대를 졸업한 지세리 씨(22)는 세계적 통신업체인 일본의 NTT에 취업했다. 한국인 8명이 함께 NTT에 최종 합격했는데 지 씨를 제외한 7명은 모두 서울의 4년제 대학 출신이었다. 지 씨는 “4년제 대학에 합격하고도 전문대를 택했을 때는 모두가 말렸는데 지금은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격려해준다”고 말했다.

영진전문대는 최근 해외취업률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취업자는 2013년 41명, 2014년 6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현재까지 90명이 취업이 확정됐다. 주력 국가는 일본. 컴퓨터정보계열 내에 개설한 ‘일본IT기업 주문반’은 올해 졸업생 36명 전원이 일본 NTT, Fusic 등의 IT 기업에 취업했다. 이 대학은 2008년부터 일본 취업시장 현지조사에 나서 일본 기업들이 요구하는 커리큘럼대로 주문교육을 하고 있다. 일본 젠켄사에 취업한 김승연 씨(22)는 “고등학생처럼 아침부터 오후 10시까지 전공과 일본어 공부를 하고 방학에도 프로젝트 과제를 하다 보니 실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재능대도 ‘글로벌 호텔외식 조리 및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해외기업 현장 실습에 참여한 학생 73명 중 31명을 해외 기업에 취업시켰다. 해외 외식업체 등과 취업 약정형 인턴십을 진행하는 등 맞춤형 현장 실습 프로그램을 확대해온 결과다. 최근에는 항공운항서비스과, 간호과 등의 학생들도 해외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3년마다 21개 WCC 대학의 재지정 평가를 진행해 이들 대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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