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가마우지, 한강 밤섬 하얗게 만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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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 마리 서식… 5년새 3.5배로
생태계 회복 청신호지만… 배설물에 버드나무 白化몸살

한강 밤섬에서 3년 만의 ‘대청소’가 실시됐다. 25일 오후 2시경 밤섬 남쪽 수양버들숲을 향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용선에 설치된 물대포 2대가 세차게 물을 내뿜었다. 하얗던 버드나무가 물을 뒤집어쓰자 본래의 까만 속살을 드러냈다. 이 나무들이 흰옷을 입은 것처럼 변한 이유는 바로 ‘새똥’ 때문이다. 주범은 바로 한강 수계의 최고 먹보새인 ‘민물 가마우지’(사진)다.

밤섬 3년만에 대청소 가마우지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한강 밤섬 버드나무숲을 청소하기 위해 25일 
물대포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백화현상이 발생하면 버드나무 새순이 잘 돋지 않거나 아예 고사하는 사례가 많아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인공적인 물청소가 필요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밤섬 3년만에 대청소 가마우지 배설물로 하얗게 변한 한강 밤섬 버드나무숲을 청소하기 위해 25일 물대포가 물을 뿜어내고 있다. 백화현상이 발생하면 버드나무 새순이 잘 돋지 않거나 아예 고사하는 사례가 많아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인공적인 물청소가 필요하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밤섬에서 처음 버드나무가 하얗게 변하는 ‘백화(白化) 현상’이 관찰된 건 2011년.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마우지의 배설물 때문이다. 2010년 427마리였던 밤섬의 가마우지는 올 들어 1506마리까지 급증했다. 강한 산성인 배설물은 좁은 밤섬(27만9000m²)을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였다.

조류 전문가들은 일단 가마우지 급증을 밤섬 생태계 회복의 ‘청신호’로 해석했다. 몸길이 1m가 넘는 대형 조류인 가마우지는 큰 덩치만큼 잉어 붕어 누치 등 대형 어류를 주로 먹는다.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밤섬 근처에는 32종의 어종이 분포하고 있고 가마우지가 쉴 수 있는 고목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마우지가 지나치게 늘어나면 부작용이 크다. 지난해 ‘속초 8경’으로 손꼽히며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던 강원 속초시의 작은 섬 조도에 갑자기 가마우지가 몰려들면서 해송과 대나무가 몰살했다. 한강 수계 어민들의 걱정도 크다. 박찬수 행주어촌계장은 “가마우지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바로 서해에서 한강으로 회귀하는 뱀장어”라며 “가마우지가 늘어난 시기부터 뱀장어 어획량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가마우지#한강 밤섬#대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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