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 야생 노루 포획 2년… 적정 개체수는 얼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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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960마리 잡아 서식밀도 줄어… “멸종 위기” “농가피해 여전” 논란
2015년말까지 정확한 숫자 파악하기로

제주시 제주마방목지에서 새로난 싹을 뜯어먹는 야생 노루들이 인기척이 나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제주마방목지에서 새로난 싹을 뜯어먹는 야생 노루들이 인기척이 나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적정 야생 노루 수는 몇 마리인가.”

제주에서 야생 노루를 잡기 시작한 지 2년이 돼가지만 적정 개체 수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대량 포획으로 노루가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민들은 여전히 노루가 많다는 입장이다.

17일 오후 제주시 한 골프장. 지난해까지 흔했던 야생 노루들이 떼 지어 잔디를 뜯어 먹는 풍경을 볼 수 없었다. 골프장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골프장 페어웨이에서 노루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 포획됐는지는 모르겠다. 골프공 사이로 노루들이 뛰어다니는 제주만의 이색 풍경을 더이상 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제주시 제주마방목지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야생 노루 수십 마리가 새로 돋아나는 새싹을 뜯어 먹는 모습이 포착됐다. 평소처럼 저녁시간에 먹이활동을 하는 노루의 습성을 한눈에 보여줬다. 노루들은 차량 소리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인기척을 보이자 100∼200m 떨어진 곳에서도 하얀 꽁지를 보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 적정 개체 수 논란

제주도는 야생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한 뒤 2013년 7월 1일부터 해발 400m 이하 피해 농경지 반경 1km 이내에 서식하는 노루에 대한 포획을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허가했다. 이달 15일까지 모두 2960마리를 포획했다. 포획 노루 대부분은 식용 등으로 이용됐다. 노루를 잡아들이면서 농작물 피해 신고면적도 2013년 78ha에서 지난해 61ha로 21.8% 감소했다.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시 구좌읍 지역 노루 서식밀도가 2013년 km²당 10.8마리에서 지난해 4.3마리로 크게 줄었다. 서귀포 안덕면 지역에서는 2013년 km²당 9.8마리에서 지난해 4.0마리로 감소했다.

노루 포획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지만 계속 포획을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팽팽하다. 노루가 나타나는 지역 농민들은 당분간 노루를 계속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애월읍 한 농민은 “노루 포획으로 피해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지금도 여전하다. 신고를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정확한 개체 조사가 우선

문제는 노루가 몇 마리인지에 대한 추산이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제주도 측은 노루가 1만7000마리에서 1만4000마리가량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노루가 많을 때도 7000∼8000마리를 넘지 않았고 포획 이후 현재는 4000∼5000마리 정도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개체를 3300마리로 분석하고 있다.

정확한 노루 수를 파악하기 위해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사를 실시한다. 적외선카메라, 레이저거리측정기 등의 장비를 동원하고 필요하면 사냥개도 활용한다. 지난해 농작물 피해 장소, 110개 오름(작은 화산체) 등을 대상으로 밀도를 조사한 결과 km²당 제주시 8.4마리, 서귀포시 6.5마리 등으로 나타났지만 편차가 심해 제주 전역으로 확대해 추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연구원 오장근 박사는 “조사 방법, 지역에 따라 개체 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올해까지 조사를 하면 노루 포획을 지속할지 판단하는 데 필요한 세밀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야생#노루#포획#2년#멸종 위기#농가피해#개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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