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두 여고생 유족 “관리소홀” 학교-교사 고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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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다 들켜 꾸중 들어
유족들 “훈계과정 모욕적 발언… 급우들 ‘친구 사라졌다’ 알렸지만
아무 조치 안해 골든타임 놓쳐”

9일 대전에서 여고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담임교사의 모욕적 발언과 학교 측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며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전 중구 C여고 1학년 같은 반에 다니던 김모(16), 이모 양(16)이 9일 오후 8시경 중구 대종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여고생들은 가족들에게 유서를 남겼으며 경찰은 신변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잠정결론 냈다.

하지만 유족들은 17일 대전 중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담임교사의 모욕적인 발언과 심한 질타 때문에 아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교 측에서 문제의 심각성만 파악했다면 자살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양 등은 숨지기 5시간 전인 9일 오후 3시경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 교사에게 적발돼 담임교사로부터 훈계를 받았다. 가족들은 유서와 친구 증언을 토대로 “훈계 과정에서 남자 담임교사가 ‘너희들은 퇴학당할 거다. 부모님을 모셔 와라’고 말했으며, 같은 반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옷을 벗어서 앞에 놓으라’고 말해 심한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이어 “김 양 등은 훈계를 받은 뒤 오후 5시 반경 학교를 빠져나왔으며 같은 반 친구들이 교사에게 ‘애들이 없어졌다’고 말했으나 교사와 학교 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가족들이 제시한 김 양 등의 유서에는 ‘학교 다니기 너무 싫다. 담임선생님 때문에 너무 힘들다. 공부 잘하면 착한 아이이고 딴짓 하면 양아치로 본다. 아빠 행복하게 잘 살아. 속 썩이고 가서 미안해. 내가 하늘에서 지켜볼게. 모두들 잘 살아’라고 씌어 있었다. 또 이들은 친구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담임이 퇴학이라고 했는데 부모님께 도저히 말할 수 없어 차라리 죽겠다. 장례식장에 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학교와 학교장, 담임교사를 직무유기와 학교 폭력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자체 조사와 경찰의 재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여고생#자살#관리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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