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방어율로 통계데이터 공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03시 00분


교육부 “수학포기자 없도록 흥미-실생활위주 수업 개편”

이르면 내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수학 수업이 문제 풀이보다 서술·논술형 평가, 관찰 평가 등 과정 중심 평가로 확대된다. 또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고 수학 시험의 난도도 낮추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의 수학 교육 종합계획을 15일 발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수학 교육 개선방안이 계속 나왔지만 학생들 가운데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여전히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일반계고 1학년 학생들의 수학 학업성취도 평균이 50점 이하인 학교는 전체 고교의 48.1%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국어는 5.9%, 영어는 21.1%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특히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와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중장기적으로 수학 교육 방식을 바꿔나갈 방침이다.

우선 5지선다형 혹은 단답형 위주의 평가 방식을 바꾸기 위해 서술·논술형 평가, 관찰 평가 등의 대안을 마련해 학교 현장에 보급한다. 관찰 평가란 교사가 평소 수업에서 학생을 지켜보면서 학습 과정과 성취도 등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삼각형을 작도하는 수업을 했다면 학생이 삼각형의 수학적 의미를 잘 표현할 수 있는지, 친구들과 잘 협력했는지 등을 교사가 관찰해 평가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문제 풀이 위주의 평가와 달리 학생의 학습 과정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라고 설명했다.

평가 방식이 바뀌려면 수업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학습’ 등의 수업 방식을 확대 도입한다. 스토리텔링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곳곳에 등장하는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피터팬’ 이야기에 나오는 네버랜드의 지도에서 해골바위, 인어마을 등의 위치를 찾아보며 좌표에서 점의 위치를 나타내는 방법을 배우는 식이다. 교육부는 더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수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수학 전문가뿐만 아니라 문학 전문가도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단순 계산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계산기 등의 도구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9월에 교육 과정을 개정하면서 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은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할 방침이다. 수학 시험의 난이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도 강화한다. 예를 들어 타율, 방어율 등 야구 경기의 각종 통계데이터를 주제로 한 수업을 하는 식이다. 고교 선택과목에는 ‘실용수학’ ‘경제수학’ 등의 과목을 추가해 선택지를 넓히기로 했다. 최근 많이 이뤄지고 있는 체험활동에도 수학과 관련된 활동을 강조한다.

고교 수학 교육의 변화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과정 중심 평가가 활성화되면 문제 해결 과정을 묻는 주관식 문제 등이 출제될 수 있다. 하지만 수능이 더 어려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재미있고 쉬운 수학 수업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재미있는 수학 수업을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교 수학이 너무 어려운 것이 문제”라며 “수학 교육 내용도 이번 기회에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