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인데… 설 연휴 어떻게 할까’ 누리꾼 갑론을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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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온가족이 함께]동아닷컴 핫이슈 설문
“고3은 명절도 없나 당연히 할아버지댁 가야지”
“학원 특강 들어야돼 쏟아질 친척 잔소리도 싫어”

“설인데 당연히 고향 가야지!”(아버지)

“올해 수능인데 공부하게 놔둬요!”(어머니)

고교 3학년에 올라가는 최모 군(18)은 설을 앞두고 벌어진 부모님의 부부싸움에 난감했다. 최 군의 아버지는 매년 그랬듯 온 가족이 함께 고향에 내려가 설을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성적에 압박을 느낀 최 군은 명절에도 조용히 공부를 하고 싶었다. 마침 학원에서 ‘설 명절 특강’이 열린다는 소식도 들렸다. 최 군은 어머니께 이런 생각을 이야기했고 어머니도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남편은 언성을 높이며 반대했다. 대화는 부부싸움으로 변했고 화난 남편이 “가기 싫다면 됐다. 나만 갔다 오겠다!”고 소리 지른 뒤 집안에는 대화가 끊겼다.

며느리들의 명절증후군만큼이나 고3 수험생의 귀성 문제는 가족 사이에서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한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13일 동아닷컴 ‘핫 이슈-당신의 의견은’ 코너를 통해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7일까지 진행된 투표 결과에서 ‘고3이라도 명절에는 친척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57%(585명)로 ‘명절에도 공부를 계속 해야 한다’는 의견(43%·443명)보다 많았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귀성을 찬성하는 한 누리꾼은 “고3도 사람인데 설날 정도는 좀 쉬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반면 귀성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고2 추석부터 시골에 안 내려갔다”며 “하루라도 펜을 놓으면 뭔가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과 압박감이 든다”고 말했다.

아예 선택권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그래도 시골에 갈지 말지 선택권이 있는 고3은 낫지, 우리집은 큰집이라 명절만 되면 친척들이 몰려와 매번 도서관으로 피하는 신세였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당사자인 예비 고3들은 공부보다는 눈치 없는 친척들의 잔소리를 더 걱정했다. 가뜩이나 예민한데 “좋은 대학 가야지”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고?” “누구네 집 자식은 명문대 갔다더라” 등의 부담스러운 말을 쏟아내기 때문. 특히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 일명 ‘스카이’(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로 통하는 명문대생이 있으면 더욱 죽을 맛이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추석 때 시골에 갔는데 마침 그 자리에 온 사촌 오빠가 서울대생이었다”며 “가시방석 같아서 이번 설에는 죽어도 안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 중에는 “수능을 치른 또래 사촌이 있는데 먼 친척들이 대놓고 대입 결과를 물어보며 비교할까 봐 겁난다”는 말도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고3#설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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