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에 7억 뒷돈 받은 혐의 정옥근 전 해참총장 구속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7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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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이야기했는데 (후원금을) STX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할 생각이 있습니까?”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3·구속)은 재임 시절인 2008년 STX 측에 요구한 10억 원의 후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자 STX 측에 이런 협박성 멘트를 전했다. 정 전 총장의 아들 정모 씨(37)는 STX 측이 회사 사정 등을 이유로 지급을 망설이자 “(정 전 총장 아들 회사에) 후원금 7억7000만 원을 주면 STX 강덕수 회장을 대통령이 탑승하는 군함에 동승시켜 주겠다”며 흥정까지 했다. STX 측은 해군 유도탄 고속함 및 차기 호위함 수주와 납품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요구를 들어줬다. STX는 그 대가로 해군 차기 호위함 디젤엔진 납품업체로 지정되는 등 해군 관련 사업에서 2008년 이후 5년간 수천억 원의 수주 성과를 올렸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전 총장은 아들 명의의 회사 ‘요트앤컴퍼니’에 후원금을 받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겼다. 정 전 총장이 2008년 요트앤컴퍼니를 국제관함식 연계 행사인 요트 행사 주관사로 선정했고, 이 자리에 참석한 STX 강 회장에게 요트앤컴퍼니 후원금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것. 정 전 총장은 이렇게 받은 돈 중 4억여 원을 요트앤컴퍼니 지원 자금 회수 명목으로 돌려받거나 아들 생활비, 승용차 구입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 전 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정상적인 후원금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STX 그룹에 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하고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뇌물)로 정 전 총장을 17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 전 총장의 아들 정 씨와 해군 대령 출신인 요트앤컴퍼니 전 대표 이사 유모 씨(60), 해군 작전사령관 출신 윤연 전 STX 사외이사(67)도 정 전 총장과 공모한 혐의로 각각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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