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엄마들의 품앗이 “아이 함께 키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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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공동육아나눔터’ 가보니

우쿨렐레 품앗이에 참여한 엄마가 연주를 하고 자녀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엄마들은 서로의 취미나 특기를 이웃과 공유하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서대문구 제공
우쿨렐레 품앗이에 참여한 엄마가 연주를 하고 자녀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엄마들은 서로의 취미나 특기를 이웃과 공유하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서대문구 제공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9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 자치회관 한편에 마련된 공동육아나눔터. 입구에서부터 꼬마들의 흥겨운 캐럴 노래 소리가 연신 흘러나왔다. 언뜻 보면 유치원이나 사설 놀이방 같지만 아이 엄마들이 선생님으로 나서 ‘품앗이 육아’를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날은 엄마 4명이 자녀들과 함께 우쿨렐레(작은 기타처럼 생긴 4현 악기)를 연주하며 캐럴을 부르고 있었다.

‘육아나눔터’에서는 엄마들이 각자의 취미나 장기를 살려 선생님으로 나선다. 종이접기에 취미가 있는 엄마는 종이접기를,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엄마는 악기를 가르치는 식이다. 특별한 장기가 없어도 품앗이 육아를 하고 싶다면 다른 엄마에게 배우며 할 수 있다. 현재 이 공동육아나눔터에는 오감발달 체험, 춤 세러피, 공예활동 등 15개의 다양한 ‘육아 품앗이’가 꾸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 이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까지 모두 이 동네 54가족,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쌍둥이 딸을 키우며 우쿨렐레 품앗이 모임 ‘울랄라송’의 리더를 맡고 있는 신은경 씨(34)는 “이전엔 동네 엄마들끼리 왕래도 많지 않고, 모여도 수다나 떨며 시간을 보냈다”며 “이젠 함께 악기를 배우고 놀아주다 보니 엄마와 아이들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주부 권희윤 씨(37)는 “그간 놀이 사교육에 의존했는데 ‘본전’ 생각에 아이를 몰아세우는 느낌이 들었다”며 “여기선 아무 부담 없이 아이, 아이 친구들과 함께 놀아줄 수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함께 노는 것 외에도 바쁠 때 대신 이웃집 아이를 봐주거나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나누는 등 ‘육아 나눔’은 생활 전반으로 확대됐다. 나눔터 입구 게시판에는 ‘7세 남아 2시간만 놀아주실 분 계신가요?’ ‘남자아이 머리카락 커트해 드려요’ 등의 쪽지가 가득히 붙어 있었다. 나눔터 운영을 돕고 있는 이수진 씨는 “각기 다른 품앗이 그룹끼리 짝을 지어 새로운 체험활동을 하기도 하는 등 동네 사랑방이 됐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품앗이 활동 외에도 연령대별 장난감과 도서, 장난감 소독기, 모유수유실 등을 갖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매달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울 수 있도록 매주 전문강사를 초빙해 퀼트·패브릭을 이용한 생활용품 만들기, 동화로 만나는 스피치 발표력 키우기 등 다양한 강의도 연다.

현재 서울시내 공동육아나눔터는 서대문구와 관악구, 동작구, 강남구, 동대문구에 마련돼 있다. 1577-9337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품앗이#공동육아나눔터#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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