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오원춘’… 中동포들 “혐오감 퍼질라”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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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이 토막살인 피의자 충격
서울 대림동 ‘조선족 타운’ 상인들 “시장통에 한국 손님 발길 끊겨”
수원 팔달 주민들도 불안감 확산

경기 수원시 ‘장기 없는 토막 시신 살인사건’ 피의자가 중국동포(조선족) 박모 씨(57)로 확인되면서 중국동포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중국동포들은 이미 2012년 4월 ‘오원춘 엽기 살해 사건’으로 비슷한 곤욕을 치른 적 있어 더욱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중국동포들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앙시장은 평소 중국산 식료품과 중국집을 찾는 손님으로 북적였으나 12일 오후엔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 골목에서 만난 중국동포 조모 씨(55·여)는 “조선족이 사고를 쳤다고 하니 한국 손님은 하나도 안 보이고 조선족들도 봉변을 당할까 봐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토막살인 피의자가 중국동포란 사실이 알려진 12일 내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이들을 비난하는 게시물과 댓글이 줄을 이었다. “조선족 좀 추방하라” “일자리 빼앗고 사람 목숨 빼앗는 조선족들 어찌해야 하나”라는 등의 비난글이 대부분이었다. 최충옥 경기도다문화센터 소장은 “평소 우리 사회가 중국동포들에게 갖고 있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날 취재진이 만난 중국동포 대부분은 “솔직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 중국집의 주방보조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최모 씨(40)는 “이번 일로 ‘조선족 모두가 나쁘다’고 한국 사람들이 생각할 게 분명하다”며 “이런 대접을 받을 바에는 차라리 중국으로 돌아가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조선족 포비아(공포증)’나 혐오감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 살고 있는 중국동포가 58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테러나 심각한 사회적 분열현상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개발연구원 소장은 “마치 미국의 ‘KKK단(미국의 인종차별주의 극우비밀조직)’이나 일본의 혐한단체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특히 ‘중국동포 전체가 폭력적이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발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피해자 김모 씨(48·여)의 시신 일부가 잇따라 발견된 수원시 팔달구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팔달구는 수원에서도 대표적인 중국동포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매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 씨(48·여)는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됐는데 이런 소식을 들어 너무 황당하다”며 “우리 가게만 해도 중국동포들이 많이 오는데 이젠 이들을 대면하는 것조차 두렵다”고 호소했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 / 수원=황성호 기자
#수원 토막 살인사건#오원춘 사건#중국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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