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있는데 느낌은 없고…남녀 ‘썸’ 타기 전 ‘심’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15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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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남까지는 아니고…심남이라고 해 두죠."

대학생 김슬기 씨(21·여)는 얼마 전부터 영어학원에서 자신과 스터디하는 남학생과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썸'이 아닌 '심'인 이유는 간단하다. "썸은 뭔가 오고가는 느낌이 있는데…아직은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심'이에요."

여기서 '썸'은 영어 'something'의 변형 한글 표기로 만들어진 신조어. 연인은 아니지만 서로 간 묘한 기류가 흐르는 이성상대를 '썸남' '썸녀'라 부르는 이 '썸' 신드롬은 올해 상반기 대중문화계를 주름잡았다. 여기에 젊은 세대들은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관심'의 줄임말인 '심'을 사용한 '심남' '심녀'가 그것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모바일 설문을 진행한 20, 30대 남녀 100명 중 52명이 '나만 호감이 있는 상태', 33명이 '호감인지 확신은 없지만 끌리는 상태'가 '심'이라고 답했다. 감정을 사랑과 썸, 심 등으로 세분화해 구분하는 이유에 대해선 48명이 '예전보다 감정표현이 복잡해져서'라고 답했다. 45명은 '사랑하는 데 돈과 시간 등 필요한 게 많아졌다'고 답했다.

'심남' '심녀'를 표현하는 이유에는 '신중하게 인연을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이 뒤따랐다. 대학생 박강우 씨(23)는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인데 짝사랑이란 말을 쓰기엔 부담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 A 씨는 "'심녀-심남'은 여러 명 있을 수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눈에 띄면 '썸'을 타다 연인이 될 수 있지만 아무와도 인연이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썸' '심'이란 표현이 오히려 불안정한 관계를 만든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한 30대 여성은 "밥 먹자, 영화 보자란 말처럼 데이트와 다름없는 제안들을 하는 남자들은 많은데 정작 '사귀자'라는 말은 안 한다"며 "학벌과 배경 등 조건을 너무 따지는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주변에 보면 헤어질 때 '우리가 언제 사귀자 했느냐'며 치졸하게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상처받기 쉽고 이를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의 심리와 '썸'과 '심' 등의 표현을 만들어냈다고 봤다.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연애를 다룬 '왜 당신은 동물이 아닌 인간과 연애를 하는가'의 저자 김성한 숙명여대 의사소통센터 교수는 "내 위주로 쉽게 연애를 시작하고 쉽게 끝맺으려다 보니 다양한 표현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이 자신 내면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취약한 것 같다"며 "사회가 복잡해진 만큼 주변에 이성이 많아 선택지가 넓어졌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관심만 갖지 말고 사랑도 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지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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