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미술작품에 누워 푹∼쉬다 가지요 ♬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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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황금소파’ 관람객들에 ‘낮잠 의자’로 인기

14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로비 ‘황금 소파’에서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4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로비 ‘황금 소파’에서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4일 점심시간을 10여 분 남기고 도착한 서울시립미술관 로비 황금 소파 앞. 나란히 4개가 놓인 싱글 침대와 비슷한 크기의 소파는 양복이나 유니폼을 입은 직장인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금세 자리가 찼다. 간밤 야근으로 피곤한 탓인지 잠을 청하기도 하고, 편히 누운 자세로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기고 했다. 황금 소파는 누우면 침대같이 편안해 ‘낮잠 의자’로 불리면서 서울시립미술관 내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꼽힌다.

‘낮잠 의자’를 본 관람객 반응은 뜨겁다. 숙취가 가시지 않아 잠깐 쉬러 왔다는 직장인 남모 씨(32)는 “가끔 피곤할 때 쉬러 오면서 이제 미술관에 대한 거리감이 사라졌다. 다소 고루할 것 같은 미술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데이트를 나온 오모 씨(21)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여자친구가 전시회를 보는 동안 앉아서 기다리기에 좋다”며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 가구 아니라 작품입니다

사실 황금 소파는 엄연한 작품이다. 바쁜 일상에 휴식이 되는 미술관처럼 ‘쉬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이 소파를 구입하는 대신 최정화 작가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해 탄생한 ‘맞춤형 가구’. 온통 흰색인 미술관 내에서 시선이 저절로 가는 반짝이는 황금색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최 작가는 미술관 앞 사진촬영 장소로 유명한 빨간 꽃다발 모양을 한 작품 ‘장밋빛 인생’의 작가이기도 하다.

최근 2층에 있던 소파를 1층으로 옮겼더니 찾는 사람이 더욱 늘어났다. 변지혜 큐레이터는 “마땅히 쉴 곳이 없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시간에는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정도”라고 말했다. 인근 직장인뿐 아니라 수문장 교대식을 마친 수문군들도 자주 쉬러 오는 편. 가끔은 코 고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직장인의 고달픈 일상을 위로하는 진짜 작품이 된 셈이다.

○ 문턱 낮은 미술관으로 거듭나


미술관 3층 유리창 벽면에는 색동 소파가 줄지어 있다. 알록달록 색동 소파에 앉으면 덕수궁 너머까지 훤히 보인다. 역시 관람객들이 쉬어 가라고 만든 소파다. 이처럼 서울시립미술관 곳곳에 휴식 공간이 마련된 것은 미술관의 통념을 깨는, 문턱이 낮은 미술관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엄숙히 작품만 둘러볼 것이 아니라 쉬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뛰기도 하는 열린 미술관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는 귀신·간첩·할머니를 주제로 한 ‘미디어시티서울2014’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의 파격은 여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전시회 안전요원들은 하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 보통 안전요원들이 전시회 로고가 새겨진 단체 티셔츠를 입고 어두운 색 바지를 입는 것과는 다르다. 변 큐레이터는 “어두운 전시회장 안에서 쉽게 눈에 띌 수 있도록 고안된 유니폼”이라며 “추위를 막을 수 있도록 외투 역할을 해서 안전요원들이 더욱 좋아한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시립미술관#황금의자#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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