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A아파트에서는 최근 4년간 입주자대표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관리사무소장은 주민들과 협의하지 않고 8억 원 규모의 배관공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장기 수선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뜻밖의 공사’였다. 주민들은 “배관공사의 필요성이나 진행 여부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국토교통부에 “비리가 없는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 ‘공동주택 관리 비리 및 부실감리 신고센터’에 한 달 새 96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20일 밝혔다. 접수된 신고들은 유형별로 △관리비 등 회계운영 부적정 38건(40%) △공사 불법계약 등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 30건(31%) 등이다.
신고 내용 중에는 ‘관리소장이 임의로 경비원 급여를 초과 지급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세운 처리기준과 맞지 않으니 조사해 달라’ ‘공용관리비가 과다 청구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센터장인 서정호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한 달 신고건수가 예상치의 3배 이상 수준이어서 놀랐다”면서 “아파트 관리 비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와 비리 해결 의지가 그만큼 높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배우 김부선 씨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제기한 이후 관리비 관련 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방 비리에 이어 조명교체 관련 문제를 새롭게 제기했다. 김 씨는 관리사무소장 직인이 찍힌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교체 공사 관련 공지문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수억, 수천만 원짜리 공사를 주민회의나 투표 없이 마구 진행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측은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규정에 비춰 문제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각 지자체가 고발·행정처분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난방비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중앙난방 아파트는 수도권보다 지방에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입주 아파트 총 847만 가구, 2만1379개 단지 중 중앙난방을 사용하는 아파트는 총 78만9490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9.32%였다. 수도권 내 중앙난방식 아파트는 전체의 7.4%로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약 14만 가구가 더 많아 전체의 11.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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