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시험 사라진 인천 초등학교… 학원 버스만 ‘씽씽’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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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연 인천교육감 취임 100일
교육혁신 외치며 학교시험 없애…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 늘어
교육청 “성적평가방식 곧 도입”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학원가에 서 있는 학원버스의 모습.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취임 후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고사가 사라지면서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학원가에 서 있는 학원버스의 모습.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취임 후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고사가 사라지면서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10일 오후 학원가가 밀집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A빌딩 1층 승강기 앞. 초등학생 서너 명이 학원에 가기 위해 승강기를 기다리며 햄버거를 다급하게 먹고 있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갈 때까지 패스트푸드로 배고픔을 달래고 있는 거였다. 이 빌딩에는 중고교생 입시전문학원들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이 학원에 중고교생뿐 아니라 초등학생이 부쩍 늘었다.

이청연 인천시교육감(60) 취임 후 초등학교에서 일제형 지필고사(중간·기말고사)가 폐지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학원들이 때 아닌 ‘특수’를 누리는 반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늘고 있다. 학원비가 과목당 수십만 원이지만 학부모들은 지필고사가 폐지되면서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고 있다.

방과 후 수업만 하다 2개월 전부터 초등생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있다는 주부 K 씨(44·연수구 송도동)는 “중고교생 입시전문학원에 초등생반이 활성화될 정도”라고 전했다. 구도심인 남구 학익동에 사는 주부 C 씨(46)도 “딸(초등학교 5학년)에게 과외만 붙였는데 시험이 사라지면서 수학학원을 보내 학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전교조 인천지부장 출신인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이 취임 100일을 맞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임 교육감과 전임 시장 때 만든 합의를 깬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여고. 송영길 전 인천시장 때 ‘학력향상 선도학교’로 연간 4억 원을 지원받고 중간평가에서 최우수 학교로 선정돼 기숙사 신축을 약속 받았지만 이 교육감 취임 후 사실상 무산됐다. 학부모들은 “새 교육감이 기숙사 제도를 싫어해 기숙사 건립이 사실상 없었던 일이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육 혁신’을 내세웠지만 정작 이 교육감 본인은 ‘예외의 특혜’를 누리고 있다. 관사 리모델링 비용으로 5971만 원의 예산을 들여 현재 입주해 살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까지 나서 비난 수위를 높이자 이달 초 사과했다.

이 교육감과는 달리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지난달 6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202.68m² 규모(시세 5억5000만∼6억 원)의 아파트 관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취임과 동시에 관사를 청소년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관사 매각 대금으로 일선 고교의 체육부 합숙소를 짓기로 했다.

이 교육감은 열린 인사행정과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사상 처음으로 개방형 감사관(3급)에 배진교 전 남동구청장을 공개채용했다. ‘제 식구 감싸기식’ 감사에서 벗어나 허위 정보 공개, 부패·공익신고 방해 행위의 처분 기준을 마련해 땅에 떨어진 인천 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직무와 관련한 금품을 받거나 횡령한 공무원은 모두 형사고발하기로 하는 등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제도화한 것도 인정받고 있다.

이 교육감은 7일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임기 6% 정도가 지났고 94%가 남았다며 조급함 없이 43만 명의 인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출신 제갈원영 시의원(연수)은 “‘혁신’을 내세워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 교육감이 내세운 ‘모두가 행복한 인천교육’을 학생 학부모가 공감하는지를 점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집필고사 폐지로 초기에 학부모들이 불안할 수 있다”며 “수업 속에서 상시평가가 이뤄지고 있고 개별 수준을 안내하는 성적평가 통지 방식을 개발한 만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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