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들이 휴일도 잊은 채 31일 비 피해를 입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리 일대에서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장군 제공
31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좌천시장과 길천마을 일대에서 굳어버린 흙더미를 치우는 군인과 경찰,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렸다. 8월 25일 시간당 130mm 이상 폭우가 내린 데다 인근 내덕저수지 둑이 무너져 내려 가장 심하게 비 피해를 입은 지역.
이날 장안읍 일대에는 자원봉사자 2000여 명이 찾아와 하루 종일 쓸고 닦았다. 하지만 추석 전까지 마을이 비 오기 전 모습을 되찾긴 어려울 듯하다. 진흙은 안방까지 밀려와 있고 창고에 보관 중이던 제품은 몽땅 물에 젖어 쓰레기로 변했다. 농약상 이모 씨(49)는 “창고에 쌓아둔 물건 피해만 2억 원이 넘는다. 자원봉사자들이 돕고 있긴 하지만 답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파손된 도로가 복구되지 않았고 길가에도 쓰레기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어 복구 작업에 투입된 중장비나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제대로 오가지 못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친구 3명과 자원봉사에 나선 김세정 양(17·남성여고 2년)은 “언론보도에서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며 “큰 힘이 되지 못해 오히려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장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소속 결혼이민자 4명도 이날 벽지와 장판을 깔고 가재도구를 씻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전남 무주군 공무원 30여 명도 나흘째 피해복구지원 활동을 펼쳤다. 최현식 계장(50)은 “자매결연을 한 기장군 지역이 하루 빨리 복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자원봉사센터에서는 자원봉사자들과 이재민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관협회에서는 하루 평균 400kg씩 옷과 이불 세탁봉사를, 53사단 의무중대에서는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이날 부산에서는 6680여 명과 각종 장비 240대가 동원돼 복구 작업을 펼쳤다. 현재 침수(4687채) 및 파손(54채)된 주택과 농경지(359ha) 등 민간시설 복구율은 92%로 집계됐지만 이재민들은 아직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물 복구율은 42%에 불과하다.
한편 8월 28일 금정소방서에 수해 복구에 써 달라며 1000만 원짜리 자기앞수표를 보냈던 익명의 시민이 다음 날에는 기장소방서에 같은 금액을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동봉한 편지에서 “필요한 곳에 써주세요. 부산 시민 한사람으로서 30년 모은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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