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울산지검에 주부들 ‘러브레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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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반대단체 회원들 “폭력계모 사형 구형에 감동”
담당 검사들에 편지-화분 선물

“제2, 제3의 ○○가 다시는 없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해자에게 법정 최고형을 끊임없이 외치고 요구했습니다. 사형을 구형하실 때 눈물이 났습니다. 정말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올해 5월부터 울산지방검찰청(검사장 봉욱)에는 20∼40대 주부와 학부모가 보낸 편지 30여 통이 꾸준히 배달되고 있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 모임인 ‘하늘소풍’ 회원들이 발신인이다. 하늘소풍은 울산 아동학대 사건 때 인터넷 카페에서 출발한 모임으로 현재는 회원이 1만4000여 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소풍을 가고 싶다”던 이모 양(8)을 계모 박모 씨(41)가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울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살인죄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 등을 벌였다. 당시 울산지검은 지난해 전두환 미납추징금 환수 수사를 담당했던 김형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구민기, 박양호 검사 등으로 공판대응팀을 꾸렸다. 해외 유사 사례를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등 검찰은 올해 3월 아동학대 사건을 반인륜범죄로 규정하며 이례적으로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한 달 뒤 사형은 선고하지 않았지만 계모에게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회원들은 그 뒤 대응팀 검사에게 자발적으로 쓴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품어 달라는 뜻에서 ‘관용’이라는 꽃말을 가진 ‘산세비에리아’ 화분도 함께 전달했다. 편지에는 소중한 아이들을 지켜주겠다는 검사들의 강력한 의지가 사회에 뿌리 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한 회원은 “연애편지 쓰는 것보다 더 떨린다. 팬이 됐다”는 애틋함을 담기도 했다.

편지 쓰기에 참여한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46·여)는 “울산지검이 최근 ‘아동학대 중점대응센터’를 출범시켜 아동학대 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희망을 봤다”며 “아빠 엄마의 마음으로 끝까지 힘내겠다는 검사님의 한마디가 큰 메아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응팀 소속인 구 검사는 이 같은 사연이 알려져 검찰총장으로부터 최근 모범검사 표창을 받았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울산지방검찰청#울산 아동학대#하늘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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