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소방서 삼계119안전센터 김승학 소방교(왼쪽)와 신창현 소방사. 28일 요양병원 화재 현장에 맨 처음 출동한 두 대원은 15명을 구조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더 많은 어르신을 구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전남 담양소방서 삼계119안전센터 김승학 소방교(42)와 신창현 소방사(33)는 28일 0시 27분 전남도소방본부로부터 긴급 출동 지시를 받았다. 센터에서 2.5km 떨어진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니 환자들을 빨리 구해 달라”는 연락을 받은 직후였다.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두 대원은 방호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현장으로 달려갔다. 4분 만에 도착한 병원 신관 2층 다용도실에서는 화염이 옥상까지 치솟았다. 시커먼 유독가스는 이미 병실 전체로 퍼진 상태였다.
두 대원은 서둘러 공기호흡 마스크를 쓰고 건물로 진입했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2층 간호사실 부스 앞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몸은 축 늘어졌고 호흡은 거칠었다. 이들을 구한 뒤 3인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들을 흔들어 깨워봤지만 미동이 없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두 대원은 환자들을 둘러메고 나왔다. 2층 계단 입구에 내려놓으면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이 앰뷸런스로 옮겼다.
이어 6인실 병실에 들어가 환자를 구조하면서 두 대원도 점점 지쳐갔다. 8명을 구조했을 때 50분간 쓸 수 있는 산소통에서 ‘삑’ 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산소통을 바꾸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건물을 빠져나와 산소통을 교체한 뒤 다시 2층으로 올라갔다. 맨 처음 사고현장에 도착한 두 대원이 20여 분 동안 구조한 환자는 모두 15명. 이들 가운데 초기에 구조된 두 사람만이 생명을 건졌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미혼인 신 소방사는 “홀로 계신 어머님을 떠올리며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사력을 다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인명 구조에 나선 지 올해로 10년째인 김 소방교는 “화재 현장을 많이 봤지만 이런 참사는 처음이다. 소방관으로 귀한 생명을 더 많이 구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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