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수성구선관위, 특정후보 봐주기?

  • 동아일보

불법선거운동 검찰 고발件
상급기관에 사전보고 안해 언론취재 통해 뒤늦게 공개
‘선거중립’ 위반의혹 불거져

“특정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

“선관위는 유권자에게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대구 수성구선관위가 불법 선거운동 고발을 뒤늦게 공개하고 상급기관인 대구시선관위에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공정 선거’에 엄격해야 할 선관위가 선거 중립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성구선관위는 지난달 30일 사전선거운동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정모 씨(51·여)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달 1일 이진훈 수성구청장 후보(새누리당)의 사무실에서 휴대전화로 후보 지지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성구선관위는 이들의 행동이 후보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이 전화로 홍보하는 것을 금지하는 선거법 60조와 이달 22일부터인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에는 전화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선거법 254조에 저촉된다고 봤다.

그런데 수성구선관위는 검찰 고발 사실을 대구시선관위에 사전 보고하지 않았다. 대구시선관위는 검찰 고발 후 사후 보고를 받았다.

수성구선관위 관계자는 “불법 통화량이 많지 않고 위반 사안이 크지 않다고 자체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시선관위의 판단은 매우 다르다. 후보와 관련된 고발은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사전 보고를 받고 처리 방향을 협의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설명이다. 시 선관위 관계자는 “경쟁 후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경고 사안인지, 고발 사안인지 판단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은 고발 이후에 보고를 받아 수성구선관위에 구두 경고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수성구선관위가 특정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고발 건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수성구 선관위의 고발은 곧바로 알려지지 않고 언론 취재를 통해 고발 후 8일이 지난 뒤 알려졌다. 수성구선관위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선관위 관계자는 “유사한 불법 선거운동 재발을 막는 예방 차원에서도 이 사안은 즉시 공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수성구선관위가 이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자 후보들끼리 불법 선거운동을 둘러싼 공방도 첨예하게 불거졌다. 이 후보 측은 “정 씨 등이 자원봉사자이고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홍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와 경쟁을 펼쳤던 김형렬 후보는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지법에 새누리당 중앙당의 공천확정 행위 등의 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태다.

검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는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수성구선관위가 고발한 내용에는 정 씨 등의 신분이 명시돼 있지 않다. 정 씨 등은 이전에 새누리당 당원이었으며 2010년 선거 때 이 후보의 선거사무원으로 활동했다고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적발 당일 정 씨 등이 ‘선거일을 해볼까 해서 이 후보 사무실에 찾아갔다’는 진술이 있다. 계좌추적 등을 통해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불법선거운동#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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