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사장은 회삿돈-보조금 횡령… 공무원은 뇌물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버스운영 적자라며 전국 최대폭 요금인상하더니…
檢, 천안 3개사 대표 등 7명 기소

충남 천안시의 시내버스 요금은 2010년 1100원에서 지난해 1400원으로 27.3%나 올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천안시가 파업까지 벌이면서 요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내버스 업계의 손을 들어준 탓이다. 천안시는 3개 시내버스 회사에 86억 원에서 155억 원까지 보조금을 80.2%나 인상해 주기도 했다. 하지만 시내버스 회사들은 여전히 적자 장부를 보여주면서 경영난을 호소했다. 검찰이 업체의 적자 주장에 뒤따르는 보조금과 요금 인상이라는 연결 고리에 모종의 흑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예상한 대로였다. 수사 결과 시내버스 3개 회사의 운영진이 회사당 수십억 원씩을 횡령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원이 개입된 부패 사슬도 작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 관청인 천안시의 담당 공무원들이 비리를 눈감아 주고 금품과 향응을 받아 챙겨온 것이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회사당 20억 원에서 85억 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적자를 부풀려 19억 원에서 25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A 씨(72) 등 시내버스 3개사 현직 대표와 업체 관계자 등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보조금을 올려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전 천안시 교통과장 B 씨(60)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장부상 버스회사가 적자를 낸 것처럼 교통량 조사와 경영평가를 왜곡해 돈을 받은 실사용역업체 연구원 C 씨(54)는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 회사 운영진은 매일 수입 가운데 회사당 100만∼400만 원을 현금으로 빼돌려 20억∼85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뒤 주주들끼리 나누어 쓰거나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 대표들은 금융권에서 저리로 회사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는데도 일부 친분이 있는 회사 운영진이나 주주 등으로부터 연 12%의 고리로 사채를 빌리는 편법 행위도 일삼았다”고 전했다.

천안시는 담당 공무원 비리와 보조금 횡령사건이 터진 뒤에야 재정 지원을 받는 시내버스 회사에 대해 공인회계법인을 통한 결산검사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뒷북 대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