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전 “밀양 송전탑 농성장 4월내 강제 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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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하자 없어 경찰도움 받을 듯 “중재 노력은 계속할것” 입장 밝혀
주민들 “물러서지 않겠다” 강경… 인권委에 긴급구제 요청 움직임

경남 밀양시의 한전 초고압 송전탑 건설현장에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전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농성 움막 철거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농성 주민의 인원은 적지만 저항 의지가 강해 극한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한전 밀양송전탑 대책본부는 “송전탑이 들어설 곳에 주민들이 설치해 둔 움막을 14일까지 자진 철거하라고 요청하는 공고문을 게시했으나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이달 말 안으로 강제철거를 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강제철거 대상은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101번)과 고답마을(115번), 부북면 위양마을(127번)과 평밭마을(129번) 등 4곳이다. 각 움막마다 주민 4, 5명이 상주하고 있다. 움막에는 가스레인지 등 취사도구와 가스통, 휘발유, 몸을 묶기 위한 쇠사슬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장면 용회마을의 한 주민은 “송전탑이 모두 들어서더라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는 송전탑 철거투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오전에는 129번 송전탑 예정지에서 한 차례 충돌이 생겼다. 농성 주민들과 연대를 하기 위해 찾았던 ‘밀양 어르신 인권지킴이’들이 움막에 들어오려던 등산복 차림의 남자 10여 명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한 할머니는 윗도리를 벗어던지기도 했다.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움막 강제철거를 앞두고 시비 걸기와 폭력이 잦아졌다”며 “경찰은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누구인지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탑이 들어설 터는 한전 소유이므로 철거에는 법적, 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경찰의 도움을 받아 집행을 한 뒤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밀양지역에 1000명의 경찰을 배치해 두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의 한 간부는 “아직까지 움막 철거 시점은 미정”이라며 “현지 사정과 주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농성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 대책위는 움막 철거 방침과 관련해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주민들이 ‘끝까지 막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한전과의 대화는 진전이 없어 답답하다”며 “극단적인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중재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움막은 주민들이 직접 지은 것이고, 숙식도 하고 있어 일방적인 철거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전이 밀양지역에 세우기로 한 송전탑 69기 가운데 17기는 지난해 이전에 완공했다. 주민 반대로 중단됐던 52기는 지난해 10월 공사를 재개해 현재 21기는 조립을 마쳤고 25기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머지 6기는 움막 설치와 주민 반대로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한전은 10월 말까지 52기 전체의 조립과 전선 설치를 마칠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밀양시#한전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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