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탐관오리 조병갑 선정비 철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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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 시민들 상림공원서 서명운동… 郡 “비석처리문제 면밀히 검토하겠다”

‘선비의 고장’ 경남 함양군이 조선시대 군정 책임자의 공덕비 철거 문제를 놓고 떠들썩하다. 함양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함양읍 상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림공원 내 역사인물공원에 모아둔 역대 관찰사와 군수 선정비(善政碑) 32개 가운데 탐관오리로 유명한 조병갑(趙秉甲·1844∼1911)의 선정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병갑은 동학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된 고부 농민봉기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다.

조병갑의 선정비는 1887년 7월 건립됐다. 선정비에는 ‘조선 말 조 군수는 주민을 편안하게 하고 봉급을 털어 관청을 고치고 세금을 감면해 주며 마음이 곧고 정사에 엄했기에 선정을 기리기 위해 고종 24년 비를 세운다’는 내용이 한자로 적혀 있다.

대책위는 “부임 시기 등으로 미뤄 조병갑이 스스로 세운 선정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상림숲의 역사는 물론이고 구겨진 함양군민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 선정비 철거운동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병갑은 1886년부터 1년여 동안 함양군수를 지낸 뒤 김해부사를 거쳐 전북 고부군수로 부임했으며 고부군수 시절 폭정으로 군민들의 분노를 샀다.

대책위는 “동학동민운동 120주년이 되는 올해 이 선정비를 반드시 철거하겠다”며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철거가 아니라면 적어도 선정비 옆에 조병갑의 ‘악행(惡行)’을 적은 비석이라도 세워야 한다는 태도다. 함양군은 “좋은 것이든, 그 반대이든 모두 역사이므로 (비석 처리 문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병갑 선정비는 오래전부터 철거 논란이 잦았으며 2007년에는 누군가가 비석을 넘어뜨리고 비문 일부를 훼손한 적이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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