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이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 임직원들이 횡령한 돈의 상당액을 현금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형태로 받아서 쓴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이 회사 이모 상무(50·구속)와 김모 고객지원부문장(50·구속) 주변의 자금 흐름 추적과 회사 관계자 진술을 통해 상납된 횡령금의 규모와 경로를 상당 부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 사장에게 전달된 돈은 외형상 업무추진비 명목이었지만 사용된 신용카드에 연결된 계좌는 이 상무 명의의 통장 등 횡령한 돈이 들어 있는 ‘비자금 저수지’였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상납 경로의 시작이자 핵심을 김 부문장으로 보고 있다. 이 상무가 2009∼2011년 경영지원부문장을 지내면서 당시 총무팀장이었던 김 부문장에게 납품단가를 부풀려 거래업체에 지급한 뒤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뒤 비밀계좌에 보관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특히 김 부문장은 2010년 사옥 이전 과정에서 500억 원 규모의 방송장비와 인테리어 납품 계약을 하면서 거액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부문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이 상무 명의의 통장들을 발견했고 이 계좌를 근거로 자금 추적에 들어가 상납 연결고리의 윤곽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무는 김 부문장이 마련한 비자금 계좌에서 수시로 현금을 꺼내 별도의 업무추진비라며 신 사장에게 전달했고, 이 상무 측의 계좌에 연결된 신용카드도 신 사장이 사용해온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납품대금을 결제했던 신 사장이 단가가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인한 정황도 발견했으며 신 사장이 이 상무와 공모해 횡령을 전제로 납품 계약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검찰은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방송 출연 횟수와 시간을 편성하는 데 편의를 봐주고 9억 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모 전 이사도 회사 내 ‘신 사장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어 따로 상납을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구속된 상품기획자(MD) 정모 씨가 상급자인 이 상무에게 금품을 상납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어 갑을(甲乙) 관계를 이용한 중소 납품업체 착취 및 상납구조에 대한 전방위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인도네시아 출장이 예정돼 있던 신 사장은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일정을 취소했으며, 검찰은 신 사장을 조만간 소환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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