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버스 살짝 멈춰도 벌러덩… ‘할리우드 액션’ 할아버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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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례 치료비 230만원 뜯어… 60대 전직 버스기사 구속

시내버스 안에서 이모 씨가 넘어지자 승객들이 깜짝 놀라 일어나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 제공
시내버스 안에서 이모 씨가 넘어지자 승객들이 깜짝 놀라 일어나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 제공
25년간 버스 운전사로 일하다 퇴직한 이모 씨(67)는 월세 3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동거녀(61)와 살고 있었다. 도배 일 등 일용 노동을 전전했지만 생활비는 늘 부족했다. 이 씨는 돈벌이할 궁리를 하다 문득 버스 운전사 시절 운전 실수로 승객이 다치면 회사에서 ‘무사고 수당’으로 주는 월 15만 원을 못 받고 징계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의 ‘버스 할리우드 액션’은 그렇게 시작됐다. 벌이는 쏠쏠했다. 2월 16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성동구 금호동 팔봉사 앞 정류장에서 7212번 시내버스를 탄 이 씨는 버스가 멈출 즈음 일어나 손잡이를 잡는가 싶더니 벌렁 넘어졌다. 이 씨는 “아이쿠”를 연발하며 “이거 어떻게 할 거냐, 경찰서 가겠다”고 소리쳤다. 결국 이 씨는 운전사에게 치료비 15만 원을 받아냈다.

이 씨의 ‘쇼’는 11번 만에 막을 내렸다. 운전사들 사이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상습적으로 넘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고 이를 들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추적한 끝에 이 씨를 검거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12년 4월부터 올해 초까지 버스 안에서 넘어지는 척해 운전사들에게 총 230만 원을 뜯어낸 혐의(상습공갈)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버스#할리우드 액션#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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