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버스 운전사로 일하다 퇴직한 이모 씨(67)는 월세 30만 원짜리 단칸방에서 동거녀(61)와 살고 있었다. 도배 일 등 일용 노동을 전전했지만 생활비는 늘 부족했다. 이 씨는 돈벌이할 궁리를 하다 문득 버스 운전사 시절 운전 실수로 승객이 다치면 회사에서 ‘무사고 수당’으로 주는 월 15만 원을 못 받고 징계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의 ‘버스 할리우드 액션’은 그렇게 시작됐다. 벌이는 쏠쏠했다. 2월 16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성동구 금호동 팔봉사 앞 정류장에서 7212번 시내버스를 탄 이 씨는 버스가 멈출 즈음 일어나 손잡이를 잡는가 싶더니 벌렁 넘어졌다. 이 씨는 “아이쿠”를 연발하며 “이거 어떻게 할 거냐, 경찰서 가겠다”고 소리쳤다. 결국 이 씨는 운전사에게 치료비 15만 원을 받아냈다.
이 씨의 ‘쇼’는 11번 만에 막을 내렸다. 운전사들 사이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상습적으로 넘어지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돌았고 이를 들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추적한 끝에 이 씨를 검거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012년 4월부터 올해 초까지 버스 안에서 넘어지는 척해 운전사들에게 총 230만 원을 뜯어낸 혐의(상습공갈)로 이 씨를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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