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경북도지사 선거, 치열하되 품격있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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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내가 서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서도록 해야 사람답다”는 논어 속 공자 말을 선거판에서는 특히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서기 위해서는(당선되기 위해서는) 경쟁후보가 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기가 쉽기 때문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6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경북도지사 선거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과 권오을 전 국회의원의 3파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치열한 정책 대결과 함께 경북을 위한 상생(相生) 선거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후보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북의 품격에 맞는 선거를 하자는 뜻이다.

며칠 전 박 전 시장의 퇴임식과 출판기념회에는 김 지사와 권 전 의원이 참석해 축하했다. 김 지사는 박 전 시장에게 공로패를 선물하고 두 예비후보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박 예비후보와 권 예비후보는 김 지사의 경륜을 존중했다. “경북이 중단 없는 발전을 해야 한다”고 출마 의지를 밝힌 김 지사는 “더욱 새롭게 강한 경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두 후배의 만만찮은 도전을 받고 있지만 이번 선거가 경북도민의 축제가 되도록 선의(善意)의 경쟁을 하자는 마음을 모았다.

선거판에는 으레 시기와 질투, 법을 교묘하게 피하는 흑색선전이 불거지곤 한다. 그러나 좁고 얕고 삐뚤어진 심성을 가진 후보가 설령 당선된다 하더라도 주민을 위해 사심 없이 큰일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경북지사 선거가 생동감 넘치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나이’를 장단점으로 여기는 모습은 지양하는 게 좋겠다. 김 지사가 70대로 가장 많고 권 후보와 박 후보는 50대, 민주당 오중기 후보는 40대이다. 나이라는 형식적 숫자가 실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선수(選數)도 마찬가지다. 초선이라도 일을 못하면 중간에 그만둬야 하고 잘하면 열 번이라도 선출돼야 하는 게 민주주의의 대원칙 아닐까. 거창한 말만 번지르르한 빈수레인지 묵묵히 실천하는 실력자인지 유권자들이 잘 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17개 시도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경북은 덩치에 비해 변화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경북은 독립운동이 가장 활발했고 새마을운동이 시작됐으며 문화재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경북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깨고 진정한 지역 가치와 자존심을 보여주는 ‘큰 틀’을 마련하는 것도 후보들의 과제다. 이처럼 품격 높은 선거 또한 경북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에너지이고 경쟁력이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경북도지사#김관용#박승호#권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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