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감축, 교수-학생 반발에 헛바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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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고양이 목 방울달기” 한숨… “교육부, 대학에 책임 전가” 비판도

지난해 11월 부산 동의대는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정원 200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정원 감축안에 대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학교의 발표에 교수진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동의대교수협의회는 “일방적인 구조조정”이라며 “학교 측은 책임을 물어 교학부총장을 즉각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답답해했다. 이미 10년 전에 해야 할 일들을 학과 눈치 보며 미루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 동의대 관계자는 “몇몇 학과 살리자고 전부 그냥 두면 결국 폐교하자는 얘기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그 무렵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선 충북도립대 학과 구조조정이 화두에 올랐다. 장선배 의원(민주당)은 충북도립대가 과감한 구조조정을 발판으로 강소(强小)대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13개 학과 가운데 3개 학과를 통폐합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강원도립대 사례를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김양희 의원(새누리당)도 “충북도립대의 취업률은 2009년 89.9%를 정점으로 2012년 61.6%까지 떨어졌다”며 “특성화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과 구조조정은 지방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수도권 대학에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일률적 정원 감축이 가장 편한 방법이지만 그렇게 줄일 경우 대학 경쟁력 자체가 뚝 떨어진다”면서 “몇몇 구조조정 세부 감축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최근 정원 감축 시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한 금액이 전체 수요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사실도 대학들이 학과 구조조정에 더 관심을 쏟게 만든 이유다. 숭실대 관계자는 “정원 감축을 정부 지원금을 받는 수단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장기적 발전이라는 안목에서 치열한 학과 구조조정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먼저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수·학생·동문들 사정을 다 들어줘야 하고, 어떻게 해도 욕을 먹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느냐’는 것이 가장 큰 이유. 교육부의 미적지근한 태도 역시 비판을 받고 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학교가 알아서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워 정원을 줄이라는 게 교육부의 태도”라며 “교육부가 정책만 세워놓고 실행은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학과 감축#학과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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