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서울엔 북촌… 인천엔 배다리 마을 있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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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배다리-여인숙 골목전’ 사진전시회

22일 인천 동구 금곡동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관람객들이 ‘여인숙 골목전시회’에 출품된 20여 점의 사진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다. 역사유적이 많은 배다리에서는 마을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축제가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22일 인천 동구 금곡동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관람객들이 ‘여인숙 골목전시회’에 출품된 20여 점의 사진을 흥미롭게 감상하고 있다. 역사유적이 많은 배다리에서는 마을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축제가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공간 배다리 제공
옛 정취를 담은 건물과 공간이 즐비한 인천 배다리 마을이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22일 인천 동구 금곡동 배다리마을의 ‘사진공간 배다리’ 전시장에선 ‘여인숙 골목전’이 열리고 있었다. 인천시립미술관이 지원한 ‘안녕하세요, 배다리’ 전시회 중 네 번째로, 김기래 작가가 배다리에 있는 한 여인숙에서 투숙하면서 1개월간 동네 모습과 여러 인물들을 촬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여인숙은 다다미방에 전기장판 시설을 갖춘 허름한 옛 건물이다. 이곳엔 주로 일용직 노동자, 홀몸노인 등이 싼 숙박비를 내고 장기 투숙하고 있다. 김 작가는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삶의 따듯함을 더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는 29일까지 이어진다.

배다리마을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릴레이식으로 배다리 일대의 여러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동안 작가 3명이 양키시장 수선집, 배다리 헌책방, 전시공간 스페이스 빔 등을 소재로 전시회를 열었다. 다음 달 26일까지 다른 작가 2명이 인천 최초의 보통공립학교인 창영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배다리 출신 외지인의 삶 등을 볼 수 있는 사진전을 연다.

배다리에 있는 한국 최초 철도 기공지비(왼쪽)와 사라진 옛 서양인 별장(알렌 별장) 모습. 스페이스 빔 제공
배다리에 있는 한국 최초 철도 기공지비(왼쪽)와 사라진 옛 서양인 별장(알렌 별장) 모습. 스페이스 빔 제공
배다리에는 경인철도 기공을 기념하는 비, 옛 알렌 별장 터, 일본식 연립주택 ‘나가야(長屋)’, 인천양조장, 성냥공장 ‘조선인촌주식회사’, 3·1운동 인천 발상지비 등 역사문화유산이 수두룩하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건립된 옛 여선교사 기숙사, 국내 최초의 서구식 초등학교인 영화학당(현 영화초등학교 본관동), 인천의 첫 공립보통학교(현 창영초등학교 본관) 등 3개 건물은 인천시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이런 자산을 배경으로 최근 5년 사이 문화예술공간이 속속 문을 열었다. 마을사진관 ‘다행’, 한점갤러리, 낙화미술관, 뫼비우스 띠 갤러리, 목 공작소, 아벨전시관 등이 자율카페, 시 낭송회, 벼룩시장, 공예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수시로 진행하면서 독특한 문화 향기를 피우고 있다.

배다리마을 주민들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인천골목문화지킴이 주최의 ‘배다리 사람살이 제대로 알기’ 문화해설사 양성 강좌가 3월 12일까지 매주 수요일 10회에 걸쳐 열린다. 주민들은 ‘내가 본 배다리마을’ ‘배다리 헌책방과 문화예술공간의 현황과 의의’ 등의 강좌를 들은 뒤 골목문화 해설사로 활동하게 된다.

배다리 주민들은 홍보책자인 ‘배다리마을 길라잡이―배다리 갈래’를 펴냈다. 이 책에는 죽산 조봉암(1898∼1959), 남로당 2인자 이승엽(1905∼1953), 한국 고고미술사학의 개척자 우현 고유섭(1905∼1944),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의 주역인 동아일보 기자 이길용(1899∼?), 배우 황정순(89), 작곡가 최영섭(85) 등 배다리 출신 인물을 소개하고 있다. 또 매년 5월 마을 축제를 열고 있다.

이달 배다리마을 입구에 주민들이 운영하는 안내소가 마련될 예정이다. 마을 지도, 안내 책자 등 배다리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모아놓고 골목문화 해설사를 배치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 배다리 마을#사진공간 배다리#여인숙 골목전#김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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