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간판만 바꿨는데… 환해진 明洞

  • 동아일보

교체 작업 끝낸 거리 가보니

이달 초 간판개선작업을 마친 명동8가길 모습. 예전에는 가게마다 대형 간판을 내걸어 건물 벽을 뒤덮을 정도로 지저분했지만(왼쪽) 간판크기를 줄이고 돌출간판도 정비하자 간판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서울 중구 제공
이달 초 간판개선작업을 마친 명동8가길 모습. 예전에는 가게마다 대형 간판을 내걸어 건물 벽을 뒤덮을 정도로 지저분했지만(왼쪽) 간판크기를 줄이고 돌출간판도 정비하자 간판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서울 중구 제공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관광특구.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와 소공로로 접어드니 점포들이 하나같이 깔끔한 발광다이오드(LED) 간판을 달고 있었다. 건물 바깥쪽으로 어지럽게 튀어나와 있던 돌출간판도 앙증맞게 정리돼 있었다. 간판 모양과 조명 색깔도 일정해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화려하고 큰 간판을 내걸어 복잡하게 보였던 명동의 건물들이 이달 초 깔끔한 새 간판으로 갈아입었다. 간판이 개선된 곳은 전체 명동 거리 가운데 중국대사관 앞의 명동2길과 명동8가길, 명동8나길 주변 335개 점포. 앞서 2012년 1차 사업으로 명동 중앙로와 명동7∼8길 주변 303개 점포의 간판이 개선됐다.

서울 시내 각 자치구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간판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2개 구에서 8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주요 지역의 간판을 바꿨다.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도 이달 6일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과 함께 간판개선사업을 마쳐 업종 특색이 드러나고 건물 및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는 간판으로 새롭게 변신했다.

간판이 개선된 곳의 변화는 아직 미처 손을 대지 못한 지역과 비교하면 확연했다. 명동 내 한 골목길은 오래된 2층 건물에 간판이 다닥다닥 달려 있어 위태로워 보일 정도였다. 좁고 촘촘하게 늘어선 가게들 위에 커다랗고 무거운 전면 간판과 가게 높이만 한 돌출간판도 붙어 있어 지저분했다.

거추장스러운 간판들이 사라지자 관광객들도 반색했다. 명동에 쇼핑하러 자주 온다는 여대생 김모 씨(22)는 “따로 길을 넓히지도 않았는데 훨씬 넓어 보이고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간판 개선을 위해 중구는 2012년 5월 간판개선주민위원회를 구성해 점포주, 건물주와 수차례 협의를 거쳤다. 점포당 평균 지원금액은 약 250만 원. 전면 간판은 지원금으로 교체하고, 돌출 간판은 개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동희 주민위원회 간사는 “간판개선작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던 때여서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비용이 들지만 거리가 깔끔해지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고 지금은 대부분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았다. 화장품 가게 등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들은 여전히 커다랗고 화려한 간판을 달고 있기 때문. 이들은 자체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 한 점포주는 “‘간판을 안 바꾸면 벌금을 물린다, 기존 간판을 떼어 버린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일부 가게는 여전히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큰 간판을 달고 있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조례로 옥외광고물의 크기와 색채, 자재, 디자인을 규제한 탓에 천편일률적으로 보이는 것도 문제. 조한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20세기 초반에 지어진 건물이 많은 미국 시카고 미시간 애버뉴에서는 분위기와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간판의 크기만 규제할 뿐 디자인은 규제하지 않는다”며 “공권력이 지나치게 간섭하면 각 점포, 건물 그리고 광고주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간판 개선사업에서는 디자인에 훨씬 신경을 써 각 가게의 특성을 나타내려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 좋은 간판’(sgpd.seoul.go.kr:8081/seoulgoodsign) 홈페이지를 통해 업종별 간판 디자인을 개발하고, 간판 디자인도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간판 교체#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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