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로 덮은 진실 다 찾아냅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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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화재수사 사례집 발간… 화상부위 분석 등 ‘한국판 CSI’

2002년 1월, 네 살짜리 아이가 집에서 불에 타 숨졌다. 아이는 침대 밑에서 엎드린 채 사고를 당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서 등은 형광등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로부터 9년 뒤 경찰은 아이의 아버지 A 씨를 체포했다. A 씨의 변심에 화가 난 동거녀의 제보에 따른 것이었다.

동거녀는 A 씨가 아이의 머리에 휘발유를 뿌렸다고 했다. 하지만 증거가 없었다.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 화재수사팀이 나섰다. 아이의 화상 부위를 분석하고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실험도 했다. 화재수사팀은 A 씨가 아들의 왼쪽 머리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였음을 입증했다. 불이 오른쪽에 있었는데 아이는 왼쪽 머리와 팔이 탄 사실을 확인한 것. 수사 결과 A 씨는 아들이 동거녀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것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

대검 NDFC 화재수사팀이 ‘화재 사건 수사 사례집’을 발간했다고 12일 밝혔다. 2011년 12월 이후 두 번째다. 사례집은 화재로 덮일 뻔한 진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재연 실험 등을 통해 어떻게 밝혀냈는지를 담은 ‘한국판 CSI’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남자를 만나는 내연녀와 그의 아들을 칼로 살해한 뒤 폭발사고를 낸 사건의 진실도 화재수사팀에 의해 드러났다. B 씨는 자신이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며 현장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화재수사팀은 재연 실험을 통해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면 폭발이 일어나도 B 씨가 다치지 않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화재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잿더미에 가려진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가 억울해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대검찰청#화재수사팀#NDFC#한국판 C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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