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털면 무서워 같이 살자 하겠지? 절도범의 빗나간 로맨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1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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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죄로 수감된 뒤 8월에 출소한 주모 씨(49)는 지난달 초 서울 중랑구의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김모 씨(44·여)에게 한 눈에 반했다. 주 씨는 김 씨의 환심을 사기 위해 빈집을 털어 선물할 돈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경기 광명시와 부천시 일대의 복도식 아파트에서 절단기로 방범창살을 절단해 들어간 뒤 귀금속과 현금을 훔쳤다. 김 씨에게는 "금 도매업을 한다"고 속이고 훔친 진주 목걸이 세트 등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혼자 살고 있던 김 씨는 안정된 직장의 회사원을 만나고 싶어 했다.

고민하던 주 씨는 급기야 김 씨의 집을 털기로 결심했다. '집에 도둑이 들면 김 씨가 무서우니 같이 살자고 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 이달 7일 주 씨는 김 씨가 출근한 사이 집에 들어가 패물을 훔쳐 나왔다. "도둑이 들었다. 무섭다"며 전화한 김 씨에게는 "일단 신고부터 하라"고 위로했다. 퇴근길에 혼자 집에 가기 무서워하는 김 씨를 바래다주며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러나 주 씨의 '빗나간 로맨스'는 경찰의 폐쇄회로(CC)TV 추적 끝에 막을 내렸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10월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일대 빈집에서 6차례에 걸쳐 1400만 원가량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주 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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