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붐비는 제주-평창 아동대상 성폭력 가장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전국 아동 성폭력 지도]
2012년 광역-기초단체 발생현황 분석

전국 아동 성폭력 지도
전국 아동 성폭력 지도

“조선업이 침체되고 한진중공업 사태가 겹치면서 영도구는 부산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힙니다. 재개발이 필요한 빈 건물도 많아 아이를 기르기 위험한 환경이에요.”

부산 시민 정만호 씨(56)의 말이다. 국내에서 손꼽혔던 조선업단지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광주 동구 역시 예전에 금남로 및 충장로의 번화가와 도청이 있는 중심지였다. 2005년 도청이 옮겨간 후 활력이 떨어지면서 슬럼가가 늘어났다.

경기침체로 인한 공동화 진행 지역이나 오래된 주택가, 서해안 벨트. 아동을 노리는 성폭력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의 공통점이다. 낙후된 지역경제, 부모와 학교가 돌보지 못하는 사각지대, 미흡한 치안 인프라가 원인으로 꼽힌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여성가족위)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14세 미만 아동성폭력 발생 현황’을 동아일보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성폭력은 성폭행, 강제추행, 성매매를 포함하는 개념. 취재팀은 경찰청 자료와 안전행정부의 자료(시군구 0∼13세 인구 현황)를 비교 분석했다.

○ 나 홀로 아동이 가장 취약

지난해 아동 10만 명당 아동성폭력 사건이 가장 많았던 시도는 제주(28.4건)였다. 최하위권인 충북(9.6건)의 3배 수준이다. 다음은 △광주(25.6건) △전북(22.4건) △전남(22.2건) △인천(22.1건) 순이었다. 2011년과 2012년을 비교해도 광주가 4위→2위, 전북이 1위→3위, 전남이 3위→4위로 이 지역이 피해 건수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서남부권의 경제력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2013년 시도별 재정자립도는 전남(16.3%) 전북(19.1%) 제주(30.0%) 광주(40.1%)가 전국 평균(51.1%)에 못 미쳤다. 특히 전남은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10만 명당 평균 피해 건수는 2010년 15.9건에서 2012년 16.0건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발생 건수가 이 기간에 1166건에서 1118건으로 줄었지만 전체 아동 수가 732만4067명에서 687만7540명으로 함께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동인구 비례 성폭력 피해가 줄지 않는 원인으로 가정과 사회로부터 방치된 ‘나 홀로’ 아동 문제를 지목한다. 여성가족부의 2011년 ‘나 홀로 아동 안전현황 조사’에서 방과 후 1시간 이상 혼자 지낸다고 답한 아동은 전체의 29.6%에 이르렀다.

이 의원은 “최근 3년간 경찰 인력을 1200명 늘렸지만 아동성폭력 피해는 상대적으로 줄지 않았다. 각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식 예방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외지인, 슬럼가, 낡은 주택가 위험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온 지 10년 만에 동네 인심이 변했습니다. 도둑이 늘고 정체 모를 사람들도 자주 보여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환경이 아니에요.”

강원 평창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조명덕 씨(62)의 말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 9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년보다 30만 명 이상 늘었다. 2010, 2011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던 아동성폭력이 지난해 6건이나 신고된 배경이다. 이 중 4건을 외지인이 저질렀다.

대도시에서는 도시 공동화(슬럼화)가 진행돼 상주인구가 줄어든 곳이 위험했다. 광주 동구(74.9건), 부산 영도구(46.6건), 대구 서구(38.3건), 서울 종로구(24.5건)는 전국 평균(16.0건)을 웃돈다.

오래된 주택가 역시 아동성폭력 위험구역이었다. 지난해 서울에서 가장 많은 범죄가 일어난 중랑구(34.7건)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대표적 부촌인 서울 서초구(6.9건) 강남구(9.2건) 송파구(13.6건)는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는 “경제 여건이 좋은 지역의 맞벌이 가정은 부모가 아니라도 보모나 사설학원이 돌본다. 아동성폭력 피해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는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평창=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아동 성폭력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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