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견과 달라”… 연세대 현수막 난도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배움의 전당이 싸움의 전당으로… 씁쓸한 상아탑

연세대에서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를 두고 학내 구성원 간의 찬반 논쟁이 한창인 가운데 일부에서 자신들의 의견과 다른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찢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는 백양로의 지하에 6만6964m² 규모의 지하 공간을 만들어 교육연구시설, 편의시설, 주차시설 등을 갖추고 지상의 백양로는 차가 다니지 않는 보행자 전용 길로 탈바꿈시키는 공사다. 공사는 올해 8월 20일 시작해 2015년 4월 30일 준공 예정이다. 백양로는 연세대 정문에서 본관 앞까지 직선으로 뻗은 길로 이 대학 캠퍼스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연세대 일부 학생과 교수들은 환경 훼손,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할 예산의 전용, 준공 후 시설 이용 방안 등에 문제가 있다며 공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아리 ‘역지사지 캠포터블(Campus+Comfortable·이하 캠포터블)’은 6일 ‘백양로 프로젝트의 진실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학내에 현수막 10여 개를 걸었다. 학내 문제에 의견을 내는 동아리인 캠포터블 측은 논쟁이 되고 있는 11개 사안을 문답 형식으로 현수막에 정리했다. 내용의 대부분은 프로젝트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8일 이들이 설치한 현수막 중 중앙도서관 앞에 걸린 현수막이 찢겨졌다. 백양로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범인을 잡기 힘든 상황이다. 캠포터블 측은 “우리도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사업단을 방문해 설명을 들으니 합리적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다”며 “이를 많은 학우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것인데 현수막을 찢어 버리니 안타깝다”고 밝혔다.

학내에서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학생은 “대자보를 붙였다가 두 번이나 찢겨 본 사람으로서 이들(캠포터블)의 심정이 이해된다”는 글을 올렸다. 재학생 이모 씨(24)는 “그동안 프로젝트 반대 측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목소리를 크게 냈지만, 이 프로젝트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현수막을 찢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용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성의 전당이라 할 수 있는 대학의 학생들이 다양성에 대한 관용적 태도가 부족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김수연·곽도영 기자 sykim@donga.com
#연세대#연세대 현수막#백양로 재창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