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고양 놀이형 도서관 ‘책놀이터’
책속 놀이 하고 주인공 캐릭터 만들고, 큰소리로 읽어도 궁금한것 물어도 OK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어린이 도서관 ‘책놀이터’는 책을 읽고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놀이형 작은 도서관이다. 이곳에서는 읽어준 동화책 내용을 따라해보는 ‘책이랑 까꿍’ ‘책 읽어주는 의자’ ‘놀이터 도서관’ 등 독특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아이들과 신문지 공을 만들어 주고받기를 하고 있는 모습.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신문지 한 장이 곰과 사자 머리 위로 날아왔어요. 곰은 이 신문지로 옷을 만들어 입었고 사자는 모자를 만들었어요.”
1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다세대주택이 다닥다닥 늘어선 골목길의 한 허름한 상가 건물 2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작은 도서관 ‘책 놀이터’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99m²(약 30평) 남짓한 도서관에는 도서관 지킴이(사서) 김은미 씨가 동화 구연을 하듯 책을 읽어 주고 있었다. 4, 5세 된 아이들 20여 명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죽인 채 김 씨의 이야기에 빠져 있었다.
책을 읽어주던 김 씨가 “하늘에서 비가 와요” 하고는 길게 찢은 신문지를 머리 위에서 뿌리기 시작했다. 잠시 머뭇하던 아이들도 이내 신문지를 갈기갈기 찢어 하늘로 뿌리면서 “와∼, 비가 온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김 씨가 읽어준 동화책은 바로 ‘신문지 놀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동화책 내용을 그대로 따라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한쪽 구석에서는 신문지 옷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신문지를 반으로 접고 윗부분을 반달 모양으로 오려내자 멋진 옷이 완성됐다. 김 씨와 아이들은 다시 꼬깃꼬깃 신문지를 접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신문지가 익살스러운 고깔모자로 변신하자 아이들이 ‘와∼’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책놀이터는 2005년 박미숙 관장이 사비를 들여 문을 연 이후 한 달에 5000∼1만 원씩 일반인들의 후원금을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 민간 어린이도서관이다. 책은 1만5000여 권이 있지만 공공도서관에 비해 매우 작고 소박했다. 하루 이용객은 70∼80명. 개인 이용객도 있지만 대부분이 인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온 단체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책 더미에 파묻혀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일반 도서관이 아니라 책을 읽고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는 놀이형 도서관이라는 점. 큰 소리로 책을 읽어도 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물어봐도 된다.
책놀이터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책 읽어주는 의자’. 이제 막 글을 깨친 아이부터 돋보기를 쓴 할머니까지 이 의자에 앉는 모든 사람이 책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이 된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책 속 주인공을 꿰매다’. 재미있게 읽은 동화책 속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보는 놀이다. 자원봉사자들이 놀이터에 찾아가 책을 읽어주는 ‘놀이터 도서관’도 인기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들이 중심이 된 동아리들도 있다. 책을 읽고 직접 노랫말과 노래를 만드는 ‘씨끌이들’(초등생), 아빠와 함께 책 여행을 떠나는 ‘누렁소’(성인), 캐릭터를 직접 바느질해서 만드는 ‘꼬마들’(주부), 독서토론 모임인 ‘책마중’ 등이다.
박 관장은 “책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지루하고 딱딱한 도서관이 아니라 신나게 놀고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월∼금요일 낮 12시 반∼오후 6시, 토요일 낮 12시 반∼오후 4시, 일요일은 휴무. 031-967-8777
경기도는 현재 책놀이터 같은 작은 도서관 1185곳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도는 도서관별 특성과 여건에 맞춰 기획부터 홍보, 운영의 전 과정을 컨설팅해 주고 있다. 각 도서관의 프로그램과 연락처는 홈페이지(www.golibrary.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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