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무상보육 여론전 ‘지자체 vs 정부’ 구도로 확산되나

  • 동아일보

서울시, 경기-인천과 3자연대 추진… 지자체에 복지비 부담전가 공론화
경기는 “정치적 목적 연대라면 반대”

서울 동작구 대로변에 걸린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확대 요구 플래카드. 서울시는 13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플래카드를 이용해 정부가 부담하는 무상보육 예산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동작구 대로변에 걸린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확대 요구 플래카드. 서울시는 13일부터 버스와 지하철, 플래카드를 이용해 정부가 부담하는 무상보육 예산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에 무상보육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서울시의 버스·지하철 광고가 논란을 빚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동 연대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21일자 A10면 서울시 “무상보육 정부지원 늘려야” 버스-지하철 광고 논란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22일 “박 시장은 김문수 경기지사, 송영길 인천시장과 함께 정부에 대해 복지 예산의 부담 확대를 요구하는 3자 연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3명의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정책은 정부가 결정하고 부담은 지자체에 돌리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박 시장이 거리에 나서 직접적인 대국민 홍보전을 이끄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 자치단체장은 취득세 감소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난과 지방 정부의 복지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박 시장과 김 지사, 송 시장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 ‘무상보육 국고보조금 향상’ 등을 요구하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3자 연대 구상은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고수하면서 지자체의 세수가 줄어드는 등 예산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불만을 공론화하려는 ‘예산 투쟁’의 성격이 짙다. 복지 공약 이행에 따른 예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방세원은 보조되지 않고 오히려 취득세 등 지방세의 중요한 세원이 줄어드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3자 연대 구상에 대해 허종식 인천시 대변인은 “올해 260억 원을 들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지만 내년에 이를 중고교로 확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박 시장의 제안이 오면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말 현재 인천시의 부채는 9조6000억 원에 이른다.

경기도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정택진 경기도 대변인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만 복지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건 잘못됐지만 박 시장은 무상보육 문제를 갖고 증세 논란으로 수세에 몰린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정치적 의도가 있는 3자 연대라면 동참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무상복지 예산에 대해 추경 불가 입장을 보이는 서울시와 달리 올해 1차 추경에서 무상급식 예산은 축소하고 영유아보육료 예산은 증액 편성했다.

서울시는 당분간 버스와 지하철, 플래카드를 이용한 거리 홍보를 지속할 계획이다. 시 내부에서는 서울도서관 앞에 대형 현수막을 걸거나 시내버스에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붙이는 방안 등 더 강력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무상보육 광고 논란으로 복지 예산 부담과 시의 재정 상태가 공론화되는 것은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비판도 만만치 않다. 매일 버스로 출퇴근하는 시민 노모 씨(37)는 “광고 내용에 대한 찬반을 떠나 버스 안에서 일방적인 정책방송을 듣는 게 피곤하다”며 “서울시가 무상보육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면 예산 확보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남경현·황금천 기자 baltika7@donga.com
#무상보육#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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