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운전 단속 않겠지…” 대낮 도로가 위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동 꺼! 반칙운전]

대낮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낮술 운전’이 만연하고 있다. 평일 낮 시간에는 음주 단속이 많지 않은 점을 이용해 음주 운전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무고한 시민들이 대낮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2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흥덕사 입구 삼거리에서 대낮 음주운전 실태를 조사했다. 오후 4시 40분경 불시 음주운전 단속을 나온 경찰이 흰색 스타렉스를 몰던 여성 운전자 김모 씨(45)의 차를 세웠다. 김 씨는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 경찰의 음주감지기에 입을 대고 바람을 불자 “삐익” 소리와 함께 빨간 불이 켜졌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12%(면허 취소 0.1% 이상). 김 씨는 “동호회원들과 북한산 산행을 한 뒤 식당에서 소주를 2잔 마셨다”고 변명했지만 면허 취소 수치였다.

10여 분 뒤 회색 카렌스 운전자 조모 씨(41)는 음주감지기에 빨간 불이 켜지자 그대로 가속페달을 밟고 달아났다. 경찰이 15m가량 뒤쫓아 조 씨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그 역시 면허 취소 수준인 0.11%가 나왔다. 이날 서울 은평경찰서는 40분간 단속하면서 ‘낮술 운전자’ 3명의 면허를 취소시켰다.

24일 오후 3시 광주 서구 치평동 유덕 요금소. 이모 씨(34·여)가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렸다.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지만 “가글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조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0.05% 이상 0.1% 미만)에 해당하는 0.076%가 나온 뒤에야 “모임에서 맥주를 마셨다”고 실토했다.

대낮 음주 운전으로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주부 이모 씨(34)는 4일 오후 5시 15분 광주 광산구 산정동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11%의 만취상태로 차를 몰다 맞은편에서 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아 이 차량에 타고 있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이 씨는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

본보가 경찰청으로부터 올해 1∼6월 음주운전 단속 통계를 받아 분석한 결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1월에 1609건에서 6월에는 2055건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 운전자의 대낮 음주운전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주간 시간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남자 운전자는 2011년 2만1790건에서 지난해 2만1680건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여성 운전자 적발건수는 2011년 1171건에서 지난해 1213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 오후 3∼6시 여성 운전자의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월 22건에서 6월 47건으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적발된 여성 낮술 운전자의 연령대는 20∼50대로 다양했다. 광주지방경찰청 조사 결과 지난해 음주단속에서 적발된 여성 운전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55∼0.144%로 대부분 면허 정지 및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부들은 남편이 출근한 뒤 비교적 여유로운 낮 시간에 친구나 산악회 회원들과 술자리를 한 뒤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낮술 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은 “낮술 운전 사고는 유원지는 물론이고 주부들이 모이기 쉬운 아파트나 주택가에서도 많이 발생해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차량을 가져온 운전자에게 술을 판 경우까지 처벌하고 있다”며 “한국도 주류 제공 죄를 신설하고 혈중 알코올 농도 단속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택·조건희 기자·광주=이형주 기자 nabi@donga.com
#낮술 운전#음주 단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