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후 돌발요청 ‘진상 승객’ 부쩍 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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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만나야 해요… 비행기서 내려주세요”
대한항공 올 상반기만 52건 발생, 다른 승객까지 탑승수속 다시 해야

“남자친구와 통화하다 싸워서 지금 만나러 가야 해요. 당장 저를 비행기에서 내려주세요.”

2011년 여름 대한항공의 한 국내선 항공편에 탑승한 30대 여성 승객 A 씨는 이륙 준비 중인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며 객실승무원을 불러 세웠다. 남자친구와 통화 도중 다툼이 생겼는데 당장 해결하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A 씨를 만류하던 객실승무원은 결국 그의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명의 탑승객이 비행기에서 내리더라도 공항과 항공사는 모든 탑승객 및 수하물에 대한 보안 검색을 다시 해야 한다. 결국 남은 50여 명은 약 15분 늦게 목적지로 출발했다.

이처럼 비행기 탑승 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승객이 최근 늘면서 항공사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1∼6월)에 이 같은 사례가 총 52건 발생했다고 22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약 24% 늘었다.

문제는 본인의 건강 문제나 가족의 변고 등 불가피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내리겠다는 승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술이 덜 깨 속이 불편해 못 타겠다거나 탑승 전에 놓고 온 소지품을 찾아야 한다는 등 개인적인 이유가 37%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로선 이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소모된 기름을 다시 넣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대형 항공기가 탑승구로 돌아올 경우 그 손실액은 수백만 원에 이른다. 다른 승객들도 모두 내리게 한 뒤 보안 검색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선의 경우 최대 한 시간, 국제선은 두 시간까지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피해가 크지만 내리겠다는 승객을 설득하는 것 외에 딱히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진상승객#탑승#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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