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車 희망버스 대치장면 취재중 채널A 카메라기자 집단폭행 당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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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기자 집행부 허락받고 촬영중… 40대 남자 “그만 찍으라”며 욕설
순식간에 7명 둘러싸고 2분간 때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희망버스’ 참가자 중 일부가 채널A 영상취재기자를 집단폭행했다. 폭행 사건은 채널A 김현승 기자(35)가 20일 오후 8시 40분경 현대차 명촌정문 근처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차의 철제 펜스를 허문 뒤 공장 진입을 시도하고 공장 관계자들이 이를 막는 과정을 촬영하는 도중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공개된 장소에서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하는 기자를 폭행하고 카메라를 파손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행 주체가 시위대건 경찰이건 폭행으로 취재를 막는 건 언론 자유의 근간을 허물 수 있는 행위로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김 기자는 현대차의 철제 펜스를 사이에 두고 희망버스 참가자들과 회사 관계자 및 경찰의 대치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갑자기 서울 말씨를 쓰는 덩치 큰 40대 초반의 남자가 욕설을 하며 “카메라 그만 찍어요”라고 제지했다. 김 기자는 순간적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맞은편에 있던 경찰에게 카메라를 받아 줄 것을 부탁하며 카메라를 경찰 쪽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한 남자가 김 기자의 머리채를 뒤에서 끌어당겨 넘어뜨렸다. 이어 7, 8명이 김 기자를 에워싸고는 “방송국(에서 나온 거) 아니죠?”라고 물어 김 기자가 “채널A”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들은 “채널A 따위가 어디…. 이거 부숴버려. 야! 이 개××야”라며 발로 허리를 차거나 주먹으로 머리를 마구 때렸다. 한 시위대원은 길이 2m 남짓의 알루미늄 막대기(깃발 봉으로 추정)로 김 기자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함께 취재 중이던 대학생 인턴기자(27)가 말렸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옆에서 “사람 다쳐요. 다쳐”라고 말했지만 “사람 여럿 죽이는 게 언론이잖아”라며 폭행을 계속했다. 김 기자는 카메라를 보호하려고 다시 경찰에게 “카메라를 받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경찰은 개입하지 않았다.

결국 김 기자는 가슴에 카메라를 껴안고 약 2분간 폭행을 당했다. 당시 카메라는 켜져 있어 폭행에 가담한 사람들의 모습과 음성이 생생하게 녹화됐다. 김 기자는 허리와 머리에 부상을 입고 현재 부산의 모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카메라 마이크가 떨어지고 렌즈 후드도 파손됐다.

김 기자는 이날 희망버스 집행부 측의 사전 허락을 받고 취재에 나섰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명촌정문 쪽으로 가두행진을 하던 중 자신을 언론 담당이라고 밝힌, 선글라스를 낀 하늘색 상의의 40대 남자가 김 기자에게 “어느 언론사냐?”고 물었다. 김 기자가 명함을 건네며 신분을 밝히자 이 남자는 촬영을 허락했다. 옆에 있던 일부 참가자는 “채널A 잘 보고 있다. 쾌도난마가 재미있더라”라며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 채널A 마크가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을 했다고 김 기자는 밝혔다.

울산지방경찰청 경비경호계 관계자는 “20, 21일 희망버스 집회는 신고 내용과 달리 폭력 사태가 많았다”며 “채널A 기자 폭행 가담자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 가담자를 모두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차 희망버스#채널A 카메라#집단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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