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 상수도관 공사 강행… 한강물 쏟아져 인부 7명 수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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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량진 지하작업장 레일 철거중 물 6만t 한꺼번에 유입돼 참변
수위 계속 높아져 구조작업 난항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에서 상수도관 부설 공사를 하던 인부 7명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주말부터 경기 중북부에 내린 집중호우 때문에 한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해 인부들을 사지(死地)로 내몬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서울시와 동작경찰서, 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29분경 서울 동작구 본동에 있는 서울시 상수도관 부설 작업장의 지하 터널과 도달기지 사이에 놓인 차수막이 파손되며 강물이 유입됐다.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강물에 노량진 배수지부터 올림픽대로를 따라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까지 이어지는 지름 2.2m의 지하터널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휩쓸렸다. 이 가운데 작업장 전진기지 쪽으로 탈출을 시도한 조호용 씨(61)가 구조돼 중앙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실종된 나머지 6명의 신원은 이명규(62) 김철덕(54) 임경섭(45) 박웅길(56·중국 국적) 이승철(55·중국 국적) 박명춘 씨(49·중국 국적)로 파악됐다.

이들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한강대교 남단에서 시행하는 올림픽대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지하작업장에서 바닥 청소 및 레일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초 작업을 진행했을 때에는 한강 수심이 도달기지 높이를 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이후 한강 수위가 도달기지보다 50cm가량 더 높아지면서 6만 t의 물이 순식간에 높이 2.2m, 길이 1.4km에 이르는 지하터널로 쏟아져 들어왔다. 물이 쏟아지면서 지하터널 위에 설치돼 있던 차수막이 파손돼 인부들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공사는 2011년 9월 시작돼 내년 4월 완공 예정이었다. 인부들은 공사를 수주한 천호건설의 하도급업체인 동아지질 소속으로 알려졌다.

수몰 인부 구조작업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본동 한강대교 남단에서 상수도관 부설 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수몰돼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작업장 위까지 높아진 한강 수심 탓에 6만 t의 물이 공사장에 가득 차 있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수몰 인부 구조작업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본동 한강대교 남단에서 상수도관 부설 작업을 하던 인부 7명이 수몰돼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작업장 위까지 높아진 한강 수심 탓에 6만 t의 물이 공사장에 가득 차 있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날 오후 늦게 한강 수위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나머지 6명에 대한 구조 작업도 지연되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사구간 주변이 암반인 데다 물의 유입을 막기 위해 차수막을 설치해 안전하다고 봤으나 폭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이 흘러들어 오면서 인부들이 변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도급업체가 공사 기간을 앞당기려고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최대한 빨리 공사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계자는 “오후 9시 현재 작업현장 약 1.4km 구간이 완전히 잠겼다”며 “50m 깊이로 물이 차 있다”고 말했다. 또 “인부들이 처음 있던 작업위치는 파악됐으나 물이 차 들어온 뒤 어디로 쓸려갔는지는 알 수 없다”며 “잠수부 투입도 어려워 한강 수위가 낮아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방대원은 “폭우뿐만 아니라 팔당댐 방류도 한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울시와 천호건설, 동아지질 등을 상대로 공사 원청업체의 압력이나 하청업체의 안전수칙 이행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한편 12일부터 한강 상류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최대 1만5000t까지 증가하면서 15일 오후 10시 40분경 한강 수위가 한강대교 기준으로 6.5m, 잠수교 기준으로 8.9m까지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대로 여의상류 나들목∼여의하류 나들목 구간과 노들길 일부가 침수됐다.

곽도영·이서현 기자 now@donga.com
#노량진#인부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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