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영종개발 손놓았나” 주민 폭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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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 카지노 부적합 판정에 市-지역 정치권에 후폭풍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지역 국회의원, 지역의 원로들이 인천을 위해 제 목소리를 냈는지 궁금합니다.”(영종하늘도시 주민)

“공무원 내부에서도 인천시가 카지노 사업에 대해 정부 허가를 받는 것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어요.”(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공무원)

정부가 19일 영종도 카지노 설립 사전심사를 청구한 리포&시저스(LOCZ)와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 2곳에 대해 신용평가 불충분과 사업자 난립 등을 이유로 부적합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인천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청라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제3연륙교 건설(통행료 무료)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카지노·복합리조트 건설 사업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영종하늘도시 주민들과 영종·용유도 주민들은 “허탈해 말문이 막힐 뿐이다. 정부를 향해 카지노 사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긴 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2009년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 2500여 명은 밀라노디자인시티, 영종브로드웨이, 제3연륙교 등 개발계획의 무산과 지연으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면서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립을 간절히 희망해 왔다.

영종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영종하늘도시 아파트 시세는 분양가에서 20%가량 떨어진 상태다.

영종하늘도시 입주민 한모 씨(33·회사원)는 “지역 발전을 30년 이상 앞당길 수 있는 중차대한 일에 인천의 정치인들이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도시공사는 정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부적합 결정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2008년 미단시티 개발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면서 총 출자금 892억 원 중 26.95%인 240억 원을 출자하고 토지를 담보로 한 은행권 채무에 대해 100%(현재 5243억 원) 지급 보증을 한 상태. 인천도시공사는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이 미뤄지면 당장 빚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고 카지노 사업 승인에 맞춰 미단시티에 유치하려던 헬스케어타운, 케이팝 콘서트장 등 후속 사업과 분양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역의 여론 때문인지 이종철 인천경제청장과 오두진 인천도시공사 사장은 24일 인천시청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전심사 결과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경제자유구역 활성화, 인천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현행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영종 카지노 사업을 다시 심사해 승인해 주길 간곡히 당부한다”며 “다음 달 사전심사를 재청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문체부의 심사 결과에 대해 “리포&시저스는 신용등급 미달을 문제로 들었고 유니버설엔터테인먼트의 경우는 별다른 사유 설명 없이 통보가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 대규모 펀딩으로 이뤄지는 카지노 사업의 특성상 신용등급이 결정적인 심사 기준이 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청 공무원 A 씨는 “내부적으로 반성의 목소리가 있다”며 “정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카지노#영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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