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사료용 닭내장 100t 세탁기에 빨아 식당유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 일당 4명 불구속 입건

23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한 시장골목의 닭고기 작업장. 13m2(약 4평) 남짓한 이곳에서 인부 세 명이 시멘트 바닥에 쪼그려 앉아 닭 내장을 손질한다. 내장이 담긴 고무통 옆에는 운동화와 쥐덫이 널브러져 있다. 인부들은 핏물 섞인 내장을 세탁기 두 대에 쏟아붓고 ‘세탁코스’ 버튼을 누른다. 이것으로 내장 손질은 끝이다. 내장에 붙어있던 기름과 변이 바닥에 나뒹굴면서 시장 주변까지 고약한 냄새가 퍼졌다. 이곳은 닭 내장을 식당들에 공급하는 도매업자인 이모 씨(72)의 작업장 현장이다. 이들이 손질하는 닭 내장은 식용으로는 판매가 금지된 개 사료용이다.

이처럼 비위생적 닭고기 유통을 일삼는 업자들이 경찰에 잇따라 단속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모 씨(62)와 닭내장 도매업자 이 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 씨는 2008년 5월부터 이달 21일까지 경기 지역 닭 도축 시설에서 축산폐기물로 분류된 닭 내장을 친구가 운영하는 개 농장에서 빼내왔다. 주인인 친구가 도축장에서 무상으로 가져온 사료용 닭 내장이다. 서 씨는 이렇게 가져온 사료용 닭 내장을 닭 내장 도매업자들에게 kg당 100원가량을 받고 팔았다. 5년동안 이들은 손질된 내장 100t을 거래처 10여 곳에 팔았다.

닭 내장 도매업자인 이 씨 등은 이를 사들여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손질해 kg당 1만 원씩 받고 닭 내장탕 식당에 판매했다.

이에 앞서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식용으로 쓸 수 없는 닭고기를 유통시킨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로 식품업체 대표 이모 씨(55)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는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날개, 다리가 손상돼 상품가치가 떨어진 닭 30여만 마리를 시중에 헐값으로 넘겼다. 도축되기 전 일부 부위가 손상된 닭은 식용으로 팔지 못하고 동물 사료로만 써야 한다. 이 씨는 4년간 불량 닭 30만 마리를 유통시켜 약 50억 원을 챙겼다.

전문가들은 ‘불량 닭’이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에게는 식중독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고 염증성 세균이 옮으면 임신부의 경우 유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근억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닭의 날개나 다리가 부러지면 해당 부위가 부패하기 때문에 이를 섭취하면 인체에 해로운 세균이 침투할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닭은 다른 육류에 비해 불량 유통될 가능성이 큰 편이다. 개체 수는 소 돼지에 비해 많지만 관리는 그보다 체계적이지 못한 탓이다. 소나 돼지 도축장에는 책임 공무원이 배치돼 도축 과정을 감독한다. 하지만 닭을 도축할 때는 도축장에 고용된 수의사가 이 과정까지 관리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닭 도축장도 공무원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1월부터 하루 10만 마리 이상 도축하는 곳에는 공무원을 배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도축장으로 운반되는 닭은 5t 트럭에 무려 7000∼8000마리가 실린다. 운반 과정에서 타박상과 골절로 닭이 손상되는 일도 흔하다. 문제가 생긴 닭은 폐기 처분하거나 사료로 써야 하지만 일부는 시중에 불법 유통된다.

경찰 조사 결과 부패 가능성이 있는 이 닭들은 일부 무허가 또는 소규모 업자들에게 납품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어느 지역에 얼마나 유통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닭 유통과 시세를 관리하는 한국계육협회는 “길거리에서 파는 닭은 유통경로가 너무 다양해 현황 파악이 안 될 정도”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허가를 받고 정식 유통되는 닭만 관리가 가능하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유통 경로가 다양하다 보니 닭고기 유통과정을 관리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식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경찰과 공조해 닭고기 불법 유통을 막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연·곽도영 기자 sykim@donga.com
#개사료용#닭내장#유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