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5월이 슬픈 소외계층 어린이들

  • 동아일보

“주거 불안정이 제일 큰 고통” 대부분 친척집 전전-낡은 집 거주

전남 A군에 사는 이은지(가명·11) 양은 5월이 즐겁지 않다. 은지 양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쌍둥이 오빠인 은혁 군과 산다. 은지 양 가족의 수입은 노인수당, 장애수당 등 매달 지원받는 22만 원이 전부다. 가족 4명의 식비, 할아버지 치료비, 전기·수도요금 내기에도 모자란다. 학교 교재나 학습도구를 사기도 어렵다. 은지 양은 평소 크레파스나 색이 많은 볼펜을 갖고 싶어 했다.

은지 양 아버지는 이혼한 뒤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어머니는 정신질환이 있어 자녀들을 돌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양육하고 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80)는 청각장애가 있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고 외할머니(77)는 몸이 아파 거동이 불편하다.

은지 양은 간절한 소원이 있다. 집다운 집에서 사는 것이다. 은지 양 가족은 10여 m²의 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따뜻한 물도 제대로 안 나온다. 별채에 있는 방은 천장이 무너져 내려 거주가 불가능하고 안방도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집을 새로 지으려면 4000만 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5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생계비 지원을 받고 있는 이 지역 소외계층 아동 166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아동들이 가장 고통받는 것은 주거 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 1660명의 주거 현황은 자택 458명, 무료·영구임대주택 333명, 시설 295명, 전·월세 284명, 친척집 241명, 기타 49명이다. 아동 525명(31.6%)이 전·월세, 친척집 등 주거 불안정에 시달렸다. 또 자택에 사는 아동 458명 중 371명의 집은 낡고 오래되거나 비가 샜다. 이들 371명의 집 중 70곳은 시급한 수리가 필요했다. 지난해 전남지역본부에 주거 지원 요청이 많이 접수됐지만 수리비가 2000만 원 넘게 들어간 경우가 많아 도움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소외계층 아동들이 주거 문제로 고통받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또 아동 1660명 중 부모가 있는 가정은 236명(14.2%)에 불과했다. 나머지 1424명은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시설 아동, 위탁 가정, 소년소녀 가장 등 해체 가정이었다. 아동 1660명의 가정 중 월 소득이 50만 원 미만인 가정은 986명(59%)에 달했다. 이들 986명의 가정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늘 적자였다. 소동하 전남지역본부장은 “아동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주거 문제 해결은 사업비가 많이 든다”며 “아동들에게 집다운 집을 마련해 줄 수 있도록 각계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ag.com
#소외계층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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