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고추-매로 키운 고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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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몽둥이 구타… 독방 감금
인권위, 제천영육아원장 고발

그곳은 지옥이었다.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생마늘과 청양고추를 먹였다. 쪽방에 가두고 몽둥이로 때려도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시민들은 이곳을 지역의 자랑으로 여겼다. 50년 동안 오갈 데 없는 1234명의 학생을 먹이고 길러준 은혜로운 공간이었다. 충북 제천시의 제천영육아원 얘기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제천영육아원이 상습적으로 원생들을 감금하고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아 원장과 사무국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2일 밝혔다. 또 제천시장에게 원장 교체와 교사 6명에 대한 징계 등 행정조치를 내려달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5월 인권위에 육아원에서 생활하다 탈출한 A 군(당시 17세)이 ‘도서관에서 책 읽다 늦게 귀가했다고 독방에 3개월 갇혀 있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권위는 시설에 사는 4∼18세 원생 52명, 교사 22명 등을 직권조사한 뒤 고발 등의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여 년 전부터 원장은 ‘규율을 잡는다’며 직원을 시켜 몽둥이로 아이들의 손과 엉덩이를 때렸다.

원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은 10m²(약 3평)짜리 타임아웃방(독방)이었다. ‘어른들과의 언쟁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규율을 어긴 원생들은 3층 계단 끝에 있는 이 골방에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석 달 이상씩 갇혀 있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제천#영육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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