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현대차 주간 연속 2교대 시행 한달… 울산 상권변화 보니

  • 동아일보

오락시설 ‘웃고’ 음식점은 ‘울고’

현대자동차가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하면서 주변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오후 3시 40분경 일제히 퇴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현대자동차가 주간 연속 2교대제로 근무형태를 변경하면서 주변 음식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오후 3시 40분경 일제히 퇴근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음식점은 울상, 레저업소는 웃음.’

현대자동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로 근무 형태를 변경한 지 한 달 만에 회사 주변 상권의 변화가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자치단체와 회사 차원에서 근로자들의 여가시간 활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 상권 판도 변화 뚜렷

현대자동차의 종전 근무 형태는 주야간 맞교대 방식이었다. 주간조는 오전 8시∼오후 5시, 야간조는 오후 9시∼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근무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4일부터 1조는 오전 6시 50분∼오후 3시 반, 2조는 오후 3시 반∼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 근무하는 형태(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꿨다.

울산 북구는 현대차의 근무 형태 변경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위치한 울산 북구는 주민(약 20만 명)의 50%가량이 현대차와 협력업체 직원 및 가족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현대차 근로자 1641명과 부품업체 근로자 439명, 음식점 67곳 등을 대상으로 근무 형태 변화 전후 사정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울산공장 인근인 염포와 양정 명촌 진장 호계 화봉동 등의 음식점 67곳 가운데 56곳(83%)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공장이 있는 양정동에는 매출이 최대 90%나 줄었다고 응답한 식당도 있었다. 이에 비해 근무 형태가 바뀐 뒤 울산공장 주변의 당구장은 45개에서 55개로 22%, 스크린골프장은 50개에서 68개로 36%가 늘었다. 1조 퇴근시간이 종전에는 오후 5시로 저녁 식사와 음주를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었지만, 퇴근시간이 오후 3시 반으로 앞당겨지면서 취미와 여가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 맞춤형 여가활용 필요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근무 형태 변화로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가족 구성원 간 활동시간 불일치로 가정 내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부갈등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소규모 복지센터 설립, 대중교통 확충, 주말농장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1조의 앞당겨진 퇴근시간에 맞춰 여가시간 및 노동자의 취미 활동, 자기계발, 지역사회 참여 활동으로 연계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조의 늦은 귀가시간에 따른 대중교통 대책과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정·염포동의 주차 문제도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나왔다.

또 북구에 ‘시간관리팀’을 운영해 근무 형태 변경에 따른 근로자들의 욕구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회사는 지역사회와 활발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조도 노동시간 단축의 순기능 촉진을 위한 교육 강좌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조형제 울산대 교수(사회학과)는 “가족과 문화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자기계발과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여가시간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현대자동차#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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