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양보… 백조의 호수 같은 도로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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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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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기자와 만나 난폭한 도로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상대 운전자에 대한 배려심’을 꼽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기자와 만나 난폭한 도로문화를 바꾸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상대 운전자에 대한 배려심’을 꼽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백조의 호수’만 해도 백조 24마리가 서로 배려하며 어우러질 때 멋진 군무가 나오잖아요. 주인공 발레리나가 혼자 으스대며 연기하거나 예상치 못한 백조가 무대 위에 끼어들면 완전히 망치죠. 운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2008년부터 국립발레단을 이끌어 온 최태지 예술감독(54)은 ‘운전과 발레는 배려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 감독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원 85명에게 ‘연습 때나 무대에서나 배려하며 연기해야 멋진 작품이 나온다’고 강조한다”면서 “운전 역시 상대방을 배려할 때 도로 위가 평화로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올해로 운전 경력 37년째다. 일본에 살던 18세 때 처음 운전대를 잡았다. 한국에서도 여성 운전자가 많지 않던 30여 년 전부터 운전하고 있지만 늘 ‘초보운전자’라고 생각하며 조심조심 운전한다. 그는 “괜히 운전 실력을 과시하거나 옆 차를 신경 쓰며 경쟁적으로 운전하면 나만 피곤한 일”이라면서 “운전은 양보해 가며 편안하게 하고 열정은 발레에 쏟는다”고 설명했다.

안전운전 습관을 갖게 된 데는 어머니 역할이 컸다. 최 감독의 어머니는 40여 년 전, 일본 교토 마이즈루(舞鶴) 시에서 최초로 운전면허를 획득한 여성이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발레를 가르치기 위해 도쿄까지 8시간 동안 차를 몰고 다녔다고 한다. 이때 어머니는 ‘운전할 때는 늘 앞차와의 간격을 멀리 두라’고 매일같이 가르쳤다. 앞차와 간격을 두다 보니 아무리 급해도 과속하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 최 감독은 “어려서부터 안전한 운전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면서 “나 역시 운전면허가 있는 두 딸과 식사하거나 운전할 때 안전운전 습관을 자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안전운전 습관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닌 만큼 자녀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부모가 직접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감독은 “세계 각국을 다니며 차를 몰아봤지만 프랑스인들이 ‘당신 먼저’라며 여유 있게 양보해 주던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삐뚤빼뚤 제멋대로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먼저 빠져나가겠다며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는 한국의 골목길에도 이런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차가 끼어들려고 하면 경적을 울리거나 위협적으로 운전하며 겁주기보다 ‘당신 먼저’라고 해보세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겠지만 그러다 보면 도로도 발레 무대처럼 한결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최태지#국립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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