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옥외가격표시제 시행 첫날, 시내 미용실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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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이는 곳에… 싼 품목만 표기 ‘꼼수’
비싼 파마 대신 뿌리 염색 등… 저렴한 서비스 요금만 표시
값비싼 품목은 표시 안해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31일 서울 명동의 한 미용실 출입문에 제대로 된 서비스 품목별 가격표시물(왼쪽)이 붙어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미용실에서는 가격표시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상당수 미용실은 가격표시물을 붙이지 않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붙여 놓았다. 김명종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학년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된 31일 서울 명동의 한 미용실 출입문에 제대로 된 서비스 품목별 가격표시물(왼쪽)이 붙어 있다. 그러나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미용실에서는 가격표시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상당수 미용실은 가격표시물을 붙이지 않았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붙여 놓았다. 김명종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학년
1월 31일 서울 명동의 한 건물 2층에 있는 대형 미용실. 건물 1층에서 계단 20여 개를 오른 뒤 미용실 입구에 도착했지만 서비스별 가격을 적어 놓은 게시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66m²(약 20평) 이상인 이·미용업소 외부에 가격 표시물을 붙여 놓도록 하는 내용의 ‘옥외가격표시제(이하 표시제)’를 시행하며 단속을 시작했다. 시는 소비자의 눈에 가장 잘 띄도록 주 출입구 인근을 부착 장소로 규정했다.

기자가 미용실에 들어가 “옥외가격표시제가 시행됐는데 왜 가격 표시물이 없느냐”고 묻자 미용사는 “출입구에 있는데 못 봤느냐”고 되물었다. 미용사 손에 이끌려 계단을 내려가서야 계단 통로 오른편에 걸린 헤어 모델의 대형 사진 맨 아랫부분 귀퉁이에 붙은 A4 용지 크기 표시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란빛 종이로 만든 표시물은 게다가 광고 모델의 금발 머리 위에 붙어 있어 ‘보호색’을 띤 곤충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미용업소에 붙이도록 한 가격표시물에는 주요 서비스 품목 5개 이상(이용업소는 3개), 최종 지불 가격을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명동 강남역 등 미용실이 밀집한 지역 일대에선 최종 지불 가격 대신 부분 염색만 할 때 적용되는 가격 등 사람들이 거의 하지 않는 서비스 비용만 표기하는 등의 ‘꼼수’를 쓰는 미용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남역 인근의 한 미용실은 ‘염색 3만5000원’이라고만 쓰인 전광판 형태의 표시물을 내걸고 있었다. 미용실에 들어가 “염색이 3만5000원이면 되느냐”고 묻자 미용사는 “염색 중 뿌리 염색(염색 후 시간이 지나 머리카락이 까맣게 자란 부분만 염색하는 것)이 3만5000원이라는 얘기지 긴 머리는 7만∼8만 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용실 관계자는 “파마 가격이 머리 길이와 영양제 투입 여부에 따라 10만∼4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라며 “‘파마 40만 원’이라고 붙여놓으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 10만 원이라고 붙인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 지침에는 ‘서비스 제공자에 따라 가격 다름’, ‘모발길이·사용제품의 따라 가격 다름’ 등의 문구를 함께 표시하도록 돼 있다.

강남역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미용실은 제휴 카드 할인율만 큼지막하게 표시해 놓았을 뿐 가격표시물은 게시하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이날 명동과 강남역 일대 미용실 20여 곳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이 가격을 아예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는 주요 서비스 품목 5가지를 다 표기하지 않거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게시할 경우 행정처분을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꼼수를 모두 단속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지윤 인턴기자 서강대 중국문화과 4학년  
#미용실#옥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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