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수갑 풀고 도주… 또 지침 어긴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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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조사 전주 효자파출소… 티셔츠 위에 수갑 대충채워

시민이 잡아 경찰에 넘긴 절도범이 조사 도중 수갑에서 손을 빼고 달아났다. 28일 오전 6시 58분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 효자파출소에서 조사를 받던 절도 피의자 강모 씨(30)가 수갑에서 손을 빼고 달아났다. 강 씨는 이날 오전 3시 15분경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식당 앞에 주차된 승용차 문을 부수고 손가방과 휴대전화 등 8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그는 이를 목격한 시민 등에게 붙잡혔고, 효자파출소로 인계돼 수갑이 채워진 채 조사를 받았다. 그는 특수절도 등 전과 6범으로 2건의 수배를 받아온 수배자였다.

강 씨는 파출소에 있는 약 3시간 동안 화장실을 세 차례나 들락거린 뒤 또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등 도주 가능성이 엿보이는 특이행동을 일삼았다. 오전 4시 반경 ‘수갑이 조여 아프다’고 호소해 경찰은 수갑을 그의 왼손과 파출소 소파 팔걸이에 채웠다. 손에 수갑이 직접 닿지 않게 티셔츠 위로 채워줬다. 강 씨는 수갑이 옷 위에 채워지자 여유 공간을 이용해 수갑에서 손을 빼낼 수 있었다. 이어 입고 있던 점퍼를 벗어 수갑이 채워진 왼손 부분을 슬며시 덮었다. 10분 뒤인 오전 6시 58분 겉옷과 신발을 벗어 놓은 채 현관문을 열고 달아났다. 경찰은 강 씨가 문을 열고 나간 직후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 경찰 4명이 쫓아갔지만 인근 전통시장으로 몸을 감춘 뒤였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20일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던 노영대 씨(32)가 헐거운 수갑에서 오른손을 빼내 도주한 사건을 계기로 이달 초 ‘피의자 도주방지 세부지침’을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지만 한 달도 안 돼 비슷한 사건이 재발했다. 수갑을 채울 때는 반드시 수갑이 손목뼈에 밀착돼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도록 채워야 하지만 수갑을 티셔츠 위에 채운 것도 문제였다. 강력범 등 도주 우려가 높은 피의자의 경우 수갑을 뒤로 채우도록 한 규정도 안 지켜졌다.

전주=김광오 기자·신광영 기자 kokim@donga.com
#수갑#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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