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의대졸업 134명 학위취소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병원에 환자없어 실습시간 못채웠는데 무더기 허위 학점
교과부 특별감사서 적발… 교비 330억원 횡령하고 재적생 2~3배 허위공시도
“학교폐쇄 조치까지 검토”

서남대 의대의 졸업생 가운데 134명의 학위가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서남대를 특별감사한 결과 330억 원의 교비 횡령, 의대의 부당 학점·학위 수여, 대학 정보 허위공시 등 불법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앞서 설립자 이홍하 씨는 1000억 원대의 사학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

감사 결과 서남대는 2009년 1월부터 2011년 8월까지 부속병원에서 54개 과목의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1만3596시간 운영했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병원에 환자가 없어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8034시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남대는 실습과정 최소 이수시간을 채우지 못한 의대생 148명에게 허위로 1626학점을 주었고 이 중 134명이 의학사를 따 졸업했다. 또 인턴 수련병원의 지정기준에 미달하는 부속병원에서 외래교수 자격이 없는 의사에게 의대생들의 실습을 맡겼다.

교과부는 의대 졸업 이수학점을 부당하게 채운 134명의 의학사 학위를 취소하라고 서남대에 요구했다.

또 설립자 이 씨는 부속병원의 법인기획실을 통해 차명계좌로 교비 330억48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지정을 피하려고 교직원 25명을 전임교원으로 둔갑시켜 교원 임용률을 조작하고 재적생 수를 2∼3배씩 부풀려 허위 공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교과부는 “서남대에 시정요구를 한 뒤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학교폐쇄 조치까지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 씨가 세운 한려대, 광양보건대, 신경대에 대해서도 7일부터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어서 학위 취소 대상이 더 나올 가능성도 있다.

전북 남원시 및 충남 아산시에 캠퍼스를 둔 서남대는 2012학년도 기준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36%, 재적생 휴학률이 42%에 이른다. 의대가 있는 전국 41개 대학 가운데 유일한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이다.

1995년 학년당 50명 규모로 개교한 서남대 의대는 의대 인증평가에서 몇 차례 낙제점을 받았다. 그렇지만 수험생들의 전통적인 의대 선호 현상에 따라 합격생의 커트라인은 이른바 스카이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이공계 학과보다 높았다.

[채널A 영상] 교과부 “서남대 의대 졸업생 학위 취소” 요구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서남대#서남대 의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