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중국산 생미역, 국산 마른미역으로 둔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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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생미역과 섞어 가공… 국산으로 속여 팔아 부당이득
어민들 강력단속 촉구

최근 중국산 생미역을 국내산 청정 생미역에 섞어 말린 뒤 국산 마른미역으로 판매하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남 고흥 지역 어민들에 따르면 일부 미역 가공업자들이 고흥 등 전남에서 생산되는 최고 품질의 생미역을 중국 공장으로 가져가 값싼 중국산과 섞어 건조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생미역 100t을 가공하면 마른미역 30t 정도를 생산할 수 있지만 이들은 생미역 100t을 중국으로 가져가 마른미역 50∼60t으로 만들어 국내에 들여온다. 마른미역의 경우 중국산과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전남 지역 생미역 생산량은 2009년 28만 t, 2010년 35만 t, 2011년 35만 t으로 전국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에서 생산된 생미역은 품질이 좋아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전남 고흥은 전국 최고 품질의 생미역을 생산한다. 특히 고흥군 금산면 풍양면 바다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친환경수산물 인증을 획득했고 지리적표시제에 등록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수협의 한 관계자는 “악덕 가공업자들이 중국산 생미역을 혼합해 마른미역을 만들어 국산으로 속여 판매해 정상보다 30% 정도의 부당이득을 올리면서 전남 미역 명성에 흠집을 내고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미역 둔갑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이나 단속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어민들은 “가공업자들이 국산 생미역을 얼마나 중국으로 가져가 마른미역으로 가지고 들어오는지 관세청이 확인하면 원산지 둔갑을 막을 수 있지만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미역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감별기기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도 미역 원산지 둔갑이 쉽사리 일어나는 원인이다.

전남 완도해양경찰서는 최근 원산지가 둔갑된 미역이 시중에 판매된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승남 국회의원(전남 고흥-보성)은 이 같은 중국산 미역 섞어 말리기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일부 해양경찰서에서 미역 원산지 둔갑 수사를 하다 감별을 하지 못해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세청이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고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감별기기를 구입해 원산지 검사를 하면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중국산 생미역#마른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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